“지금까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일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등재된 유산을 보다 인간 중심적으로 보존·관리하는 일에 역점을 두게 될 것입니다.”
문화재 보존과 복구 분야의 최고 국제기구인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에 최초로 한국인 직원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지난 10년간 문화재청 국제교류 담당 직원으로 활동하며 남한산성과 조선왕릉·백제역사유적지구 등 우리 문화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힘을 보탠 문화재 전문가 조유진(36·사진)씨다.
조씨는 ICCROM이 지난해 노르웨이가 기탁한 기금을 바탕으로 신설한 ‘문화유산 리더십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 책임 담당관으로 선발됐다. 세계문화유산과 관련된 실무를 맡으며 다져온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각국에서 모여든 280여명의문화재 분야 우수 인재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채용된 그는 지난달 말부터 이탈리아 로마의 ICCROM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조씨는 “지금까지 문화재청 등에서 한 일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것이었다면 ICCROM에서의 업무는 등재된 유산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고 보다 인간 중심적으로 보존·관리하느냐로 모아진다”라며 “이를 위해 각국의 문화유산·자연유산 전문가들과 유산 관리 담당자들의 역량 강화 교육을 하고 지금까지 단순한 물리적 보존에 치중돼온 문화·자연 유산을 지역 주민, 지역 공동체와 연계해 보존·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 등에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한국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05년 문화재청 국제협력과에 특채돼 10년 동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보존 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세계유산 회의에 우리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줄곧 참석해왔다. 2014년 문화재청에서 퇴직한 후에는 건국대 세계유산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문화재청 자문위원, 외교부 자문 역할 등으로 문화재와 관련해 한우물을 계속 파왔다. 2015년 7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첫 한국인이자 사상 두 번째의 아시아 출신 보고관으로 선출돼 국제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ICCROM 사무국은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문화재 전문가 50여명으로 구성된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등재에 깊이 관여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함께 유네스코에 자문을 하는 기구인 만큼 조씨의 진출은 우리나라가 세계 문화유산 관련 정보와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할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문화재 보존·관리에 관한 법적·행정적 시스템이나 보호 제도 등 문화재 인프라는 우리나라가 아주 우수한 편이므로 어디에 방점을 두고 운영할지가 중요하다”면서 “지금까지는 물리적으로 서 있는 (유형의) 유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과의 공존, 문화재의 사회적 역할과 대민(對民) 역할 등을 두루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수민·조상인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