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日 통과 탄도미사일 발사]日 "폭거" 中 "난감"…"北, 美본토 위협 수준까지 멈추지 않을 것"

■다시 요동치는 한반도

정상 각도 발사, 韓·美·日 겨냥한 초고강도 도발

韓·美 물밑서 추진해 온 '南北·北美 대화'에 찬물

전문가 "대타협 없을땐 ICBM 등으로 긴장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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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9일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에 탄도미사일을 떨어뜨리는 고강도 도발을 하면서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다시금 급상승하게 됐다.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미국과 이에 맞서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완성하려고 하는 북한 사이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일본도 자국 상공을 지나간 이번 미사일 도발을 “폭거”로 규정하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남북과 미중일러가 얽힌 한반도 정세는 한 차원 높은 복잡성을 띠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화 기대감은 꿈이었나=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강하게 점쳐졌던 것은 불과 지난주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통일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온다. 씨를 잘 뿌릴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때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향해 “그가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 아마 긍정적인 무엇인가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가 뉴욕채널 등을 통해 의미 있는 수준의 물밑대화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국내외에서 나왔다.


북한이 26일 상대적으로 저강도 도발로 분류되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만 해도 대화의 불씨가 남아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날 북한이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전면적인 고강도 도발을 감행하면서 대화 국면은 당분간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도 한반도 정세가 다시 한번 요동칠 가능성을 점쳤다.

특히 북한 미사일이 사전 통보 없이 자국 영공을 통과하는 것을 지켜본 일본은 어느 때보다 격앙돼 있다. 아울러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예년보다 저강도로 진행되는 상황임을 들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려 했던 중국도 북한의 추가 도발에 난감해졌다.


◇북한의 의도는 괌 타격 능력 과시=북한이 이날 과거와 같은 고각발사가 아닌 정상각도 발사로 2,700㎞ 떨어진 해역에 미사일을 떨어뜨린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미국의 군사요충지인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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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9일 괌 주변 30∼40㎞ 해상에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 네 발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보고하겠다고 위협했고 이후 14일 김 위원장은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며 결정을 유보한 바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당시에도 “괌과 비슷한 거리의 공해상에 미사일을 떨어뜨리는 것(오프셋 사격)은 방위각만 틀면 괌을 타격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 북한이 등거리의 공해상을 타깃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원산 기준 북한과 괌의 거리는 약 3,300㎞다. 북한은 방위각과 발사각만 조정하면 언제든 괌에 미사일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날 미국에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ICBM 능력 입증 때까지 추가 도발 가능성=북한은 앞으로도 핵·미사일 질주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그간 북한이 남한 내 미군기지와 태평양 미군 거점, 미국 본토를 모두 공격하겠다고 위협해온 것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26일 단거리미사일 도발은 남한에 대한 타격 능력을, 29일 도발은 괌 등 태평양 미군기지 공격 능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북한은 궁극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고도화해 미국의 본토 안전을 본격 위협할 수 있는 수준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 또는 남북의 대타협이 없으면 북한은 결국 ICBM을 시험발사해 긴장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맹준호·김희원기자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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