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지겹지 않으세요
아침마다 손으로 읽는
그 페이지
오늘은 세탁기에서 읽어요
비누 거품 풍선 불면
얼룩 팡팡 터져요
통돌이 난타를 두드려 봐요
온 가족 윙윙 부비부비 춤춰요
우주로 밥상 날린 아빠 외박한 오빠
다 함께 차차차,
섀킷 섀킷
어깨를 흔들어요
온 가족 신나게 트위스트
브래지어 고리 물고 림보라도 할까요
새까만 발바닥 요리조리 헤엄쳐요
벨 울려도 허리 굽히지 마세요
스텝 꼬인 빨래 쏙쏙 뽑아
비행기를 날려요
한 장 더 넘기면
어머니, 햇살 눈부셔요
쯧쯧, 양말은 따로 손빨래하라고 일렀거늘 한목에 털어 넣는 버릇 여전하구나. 오빠는 탄광을 다니는지 문어를 사귀는지 옷마다 먹구름이냐. 속옷과 셔츠가 뒤엉키니 망측스럽기도 하지만, 부럽기도 하구나. 온 식구 손잡아본 지 언제더냐? 통돌이 속 빨래들 참으로 돈독하고 신명 나는구나. 저마다 묻혀온 얼룩진 사연들 어르고 쓸며 읽고 또 읽는구나. 주머니며 솔기까지 살뜰히 읽고 나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빨래경전, 그 눈부신 힘으로 다시 오늘 치 얼룩을 만나러 나가겠구나.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