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무기체계 개발 결함은 모두 방산비리?

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최근 수리온 헬기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다.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은 크게 횡령·배임·분식회계 등 비리 혐의와 엔진과 결빙, 전방유리 파손 등의 개발 결함으로 요약된다. 온당치 않은 비리행위에 대해서는 적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만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의 결함이 모두 방산비리인지로 취급되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감사원에서는 엔진 결함과 결빙, 전방유리 누수 등의 개발부실 문제를 지적했다. 사실 헬기·전투기 등 첨단무기체계를 독자 개발한다는 것은 막대한 투자와 함께 높은 리스크를 동반하는 일이다. 자동차 부품수가 수천 개인 반면 헬기·전투기 부품은 수만 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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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개발 제품부터 100% 완벽할 수는 없다. 통상 개발된 첨단무기체계는 시험평가를 거쳐 야전부대 전력화 이후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보완해나간다. 미 F-35 전투기도 지난 2014년 초도양산(LRIP) 단계에서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다. 아파치헬기(AH-64)도 1986년 전력화 이후에야 결빙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 미국은 이를 방산비리로 취급하지 않는다. 수리온 개발 결함의 비리 여부를 확실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기체계 결함의 또 다른 유발 요인 중 하나가 무기획득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는 달리 전 수명주기 간 진화적 개발방식을 거의 적용하지 않는다. 미국 등 선진국은 양산단계에 개발비용을 포함시켜 전력화 이후 크고 작은 결함들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 M1 전차와 독일 레오파드(Leopard) 전차 등이 전력화 이후 6~7차례 성능을 개량했다. 반면 K-9 자주포는 단 한 번도 성능개량을 하지 않았다. 성능에 큰 결함이 없는 한 자체비용만으로 성능개량을 추진할 방산업체는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횡령·배임 등 비리가 있다면 일벌백계하자. 그러나 무기체계 개발 결함이 모두 ‘방산비리’인 양 호도해서도 안 된다. 수리온의 해외 경쟁업체들이 이번 사태로 국내 군용헬기 시장 및 경찰·소방 등 관급시장에서 표정 관리에 바쁘다고 한다. 하루빨리 수리온 문제의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는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무기획득 및 연구개발(R&D) 시스템을 혁신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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