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TV프로그램에서 가족 나들이 단골 풍경으로 등장했던 소재 중 하나가 돌고래쇼다. 필자 역시 아이들에게 돌고래쇼를 보여주기 위해 서울대공원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 어쩌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돌고래는 귀엽고 재주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라고, 수족관에 갇혀 있는 돌고래의 신세를 당연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훌라후프를 돌리고 춤을 추는 돌고래에 환호하면서도 저 돌고래가 있어야 할 자리가 저기가 맞는지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돌고래가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서울대공원의 인기스타 ‘제돌이’가 사실은 불법 포획된 돌고래라는 것이 알려지면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2년 3월 야생방사를 전격 선언하고 유료 돌고래쇼도 무료 생태설명회 형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토론회 등을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그리고 2013년 4월 말 제돌이는 함께 포획됐던 춘삼이·삼팔이와 가두리에서 1년여간의 야생 적응훈련을 받은 뒤 고향인 제주도 푸른 바다로 돌아갔다.
아시아 최초로 이뤄진 쇼 돌고래의 방류에 전 세계의 이목도 집중됐다. 세계 최대 자연보호기관인 세계자연보호연맹의 산하기관인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를 통해 세계 50개국에도 소개됐다. 제돌이의 귀향은 민관협력의 결실이기도 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동물수송비용을, 현대그린푸드는 사료비용을 각각 전액 부담했다. 시민환경단체인 동물자유연대와 동물보호시민단체인 카라(KARA) 등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동물복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공공정책도 큰 탄력을 받고 있다. 제돌이의 귀향이 가져온 나비효과였다. 서울시는 2012년 지자체 최초로 전담 조직인 동물보호과를 신설하고 2014년에는 동물복지 로드맵인 ‘서울동물복지계획 2020’을 마련했다. 보라매공원·월드컵공원·어린이대공원에 ‘반려견 놀이터’도 설치해 지금까지 24만여명이 이용했다. 시설에 대한 만족도도 96%에 이른다. 2011년 1만5,300마리에 이르던 유기동물 발생은 2016년 8,700마리까지 감소했고 오는 2020년 6,000마리까지 줄여나갈 계획이다. 10월에는 마포구 상암동에 전국 최초의 ‘동물복지 지원센터’를 개장한다. 유기동물 구조·치료·입양부터 동물 관련 상담·교육 등 차별화된 동물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동물을 잡아먹는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 더불어 살아가는 대상으로 함께할 때 인간의 삶은 더 풍요롭고 행복해진다. 현재 서울 시내 5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사람의 삶과 동물의 삶은 별개가 될 수 없다. 동물과 사람의 공존을 위한 서울시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동물복지가 곧 사람복지이고 서울시가 지향하는 ‘사람특별시’를 완성할 새로운 전제다.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