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대게잡이 통발 어선 803 광제호가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높이 2.5m의 강한 파도를 맞고 1~2분 만에 뒤집혔다는 선장 등 진술이 나왔다. 출항 당시 배 무게와 맞먹는 적재물 28t을 실어 높은 파도에 복원력을 읽고 순식간에 전복했을 가능성도 지적된다.
포항해양경찰서는 31일 브리피에서 광제호(27t)는 지난 30일 오전 3시 포항 구룡포항을 출항해 울릉도 쪽으로 가던 중 1시간 33분 만에 호미곶 동쪽 22해리(41㎞) 해역에서 뒤집혔다고 밝혔다. 당시 해역에는 초속 10m∼12m에 이르는 강한 바람이 불고 2.5m∼3m의 높은 파도가 일었다.
경찰 조사에서 선장 김모(58)씨는 “당시 2.5m 파도를 헤치며 시속 6∼7노트 속도로 울릉도 쪽으로 항해하던 중 갑자기 배가 기울어져 비상벨을 누른 뒤 갑판장과 함께 창을 통해 바다로 탈출해 부이를 잡고 있다가 기관장에게 구조됐다”고 진술했다. 기관장 허모(56)씨는 “기관실에 있는데 배가 왼쪽으로 기우는 느낌이 들어 갑판으로 나오면서 ‘배가 넘어간다’고 소리를 질렀는데 1∼2분 사이에 급격히 기울어 뒤집혔다”면서 “혼자 헤엄쳐 배 위에 올라 부이를 잡고 있던 선장과 갑판장을 끌어 올렸고 다른 선원은 선실에서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생존자들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1차 진술만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 건강 상태를 지켜본 뒤 조만간 구체적인 진술을 받을 예정이다.
출항 당시 어선에는 통발 697개, 얼음 7.75t, 물 1t, 로프 25㎞ 등 적재물 28.7t이 실려 있었다. 해경은 과적 상태에서 강한 파도 때문에 어선 복원력이 떨어져 배가 순식간에 전복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원인을 정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적재물이 한 곳에 몰려 있으면 파도 영향으로 복원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재물 위치, 복원력 관련 여부 등을 조사해 과실 여부가 드러나면 처벌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어선에는 어구, 생필품 등 적재물 제한 규정이 없다.
해경은 또 선박 침몰 등 사고 때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집중해 조사한다. 선장이 조타실을 빠져나올 때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와 다른 선박과 충돌 여부도 밝힐 계획이다.
해경은 이날 오전 구룡포항으로 광제호를 예인해 유실 방지막을 설치하고 실종자가 있는 지 선체 내부를 수색 중이다. 사고 해역에도 경비함정 12척과 헬기 3대, 어선 6척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하고 있으나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광제호는 지난 30일 붉은 대게잡이를 위해 먼 바다로 나가다 뒤집혔다. 선장·선원 등 타고 있던 9명 가운데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