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결국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아자동차는 사면초가 상황에 빠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구축 여파로 상반기 중국 내 판매량이 반토막 난 가운데 당장 4,000억원 이상의 돌발성 부담이 생기면서 당장 올해 적자전환이 불가피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연간 생산량 250만대, 세계 10위의 완성차 업체 지위가 크게 추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로 “기아차의 재정 및 경영 상태와 매출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기준이 된 기간은 지난 2008년부터 2015년으로 해당 기간에 기아차는 매년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180도 다르다. 기아차의 2·4분기 당기순이익은 3,8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8% 급감했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여파로 중국 합자법인인 동풍열달기아의 2·4분기 판매량이 47% 급감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최근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중국 시장의 부진은 오히려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까지 기아차의 연간 판매량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중국 시장과 판매량을 견주던 미국 시장 역시 산업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2·4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69% 하락했다. 할인폭을 높이고 광고비를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판매 감소를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4분기 내수 시장 판매 역시 13만3,302대로 1년 전보다 10.12% 빠졌다.
판매 부진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3.0%다. 이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12곳 중 최하위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3계단이나 미끄러진 것이다. 독일 BMW(11.2%)와 일본 도요타(7.0%)는 물론 미국GM(8.0%) 등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가 난다. 특히 올 상반기 엔화가 강세인 점을 고려하면 기아차의 수익성 하락은 지표보다 더 심각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매년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완성차 업계에서 영업이익률 5%는 성장을 위한 마지노선이지만 기아차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률은 상반기보다 더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면서 “이는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 여력을 줄이고 재차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점에서 기아차의 경영 악화 우려는 더욱 커진다. 당장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판매량을 끌어올릴 만한 소재가 없다. 바닥 수준까지 내려온 수익성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하반기에 출시되는 신차는 소형차인 프라이드 후속 모델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