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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브이아이피’ 김명민, “느와르의 신세계를 열었다”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가뿐히 돌파하며 개봉 2주차 장기 흥행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브이아이피’(제작 ㈜영화사 금월, 감독 박훈정)는 범죄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조직 폭력배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영화다.

배우 김명민/사진=워너브러더스 픽쳐스배우 김명민/사진=워너브러더스 픽쳐스


김명민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브이아이피’는 느와르의 새 지평을 연 영화이다“고 말했다.


“저희는 철저히 사건 중심의 느와르 영화다. 감정을 교류하기 보단 네 명의 캐릭터가 계주하는 느낌이랄까요. 바톤을 계속 넘겨받으면서 각자 맡은 부분만 책임지고 톤앤매너를 유지하죠. 사람들이 ‘신세계’랑 비교해서 실망하는 것도 끈끈한 브로맨스나 감정교류를 기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가 깡패들이 넥타이를 매고 정치하는 이야기였다면 ‘브이아이피’는 이야기를 확장해 국가 기관들의 이해 관계와 정치를 그려 경험해보지 못한 재미를 선사한다.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화다. ‘신세계2’를 만들려다 실패한 것이 아니다는 의미다.

“보통 느와르 영화의 룰을 따른 게 아닌, 저희는 소재로 밀고 나가는 영화에요. 캐릭터 무비 일색이었던 한국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낸 거죠. 그 안에서 느와르적인 요소와 볼거리가 있고요. 저는 느와르의 또 다른 신세계를 열었다고 자부해요.”

채이도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VIP 김광일(이종석)을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어떤 신념보다는 집념의 사나이다. 누군가는 전형적인 경찰 캐릭터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박훈정 감독은 최대한 건조하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들을 수 있는, “난 걔들이 누군진 관심 없고, 범인인지 아닌지만 알면 되는데. 문제 있어?” 란 채이도의 대사 역시 캐릭터의 단면을 제대로 보여준다.


“보통 캐릭터의 전사를 쓰는 편인데 감독님이 이번엔 그런 걸 상상하지 말라고 하더라. 채이도는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형사가 된 게 아니라 본인 잘난 맛에 사는 인물이다. 동료 경찰이 죽는 사건이 일어나도 ‘내가 동료의 원수를 갚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닌, ‘능력도 안 되는 애한테 사건을 맡기니까 애가 죽지 않냐’ 이런 식으로 말한다. ‘츤데레’ 같은 모습도 담긴 했는데, 관객들이 이 인물에 몰입하거나 빠져들지 않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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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은 단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뺄셈 작업에 들어갔다. 감정을 쌓아나가는 영화가 아니어서 훈훈한 브로맨스도 등장하지 않는다. “감독님이 미국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를 참고하라고 했는데, 그 톤을 반영하다보니 너무 건조해서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더라. 그래서 타협점을 찾은 게 ‘트루 디텍티브’보다는 업 시키고 보통 우리가 봐왔던 형사보다는 좀 다운시켰다. 남자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에서 기대하기 마련인 브로맨스는 없다. 그게 나오게 되면 영화 톤앤매너가 흐트러지게 되니 더더욱 들어올 수 없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픽쳐스/사진=워너브러더스 픽쳐스


사진=워너브러더스 픽쳐스사진=워너브러더스 픽쳐스


이번 영화에서 경찰청 채이도 경감 역을 맡은 그는 유달리 담배를 많이 피웠다. 영화 ‘하루’ 촬영 때부터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그는 ‘브이아이피’ 마지막 촬영때 금연에 돌입했다고 한다. “담배를 물고 말하는 게 장면이 많았다. 발음도 새고 불편하더라. 정말 구토까지 나올 정도로 담배를 많이 피워야했다.”

현장의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 김명민은 장동건, 박희순, 이종석 세 명의 배우들 모두를 유연하게 이끌었다. 나무보다는 ‘숲’을 볼 줄 아는 베테랑 연기자의 자세는 현장에서 더욱 빛났다.

“촬영시간보다 훨씬 일찍가서 함께하는 스태프와 배우들 이름을 외워요. 오래전부터 해오던 거죠. 현장에 가면 내가 할 역할이 파악돼요. 이번 작품 속에서 난 여러 인물들과 다 붙어서 연기를 해야 했어요. 반면 세 배우들은 붙는 신이 많이 없었다. 이도는 모두와 맞붙는, 능동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였고, 거기에 맞게 나 역시 현장에서 ‘분위기메이커가 된 듯 하다.”

한편, 범죄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영화로 떠오른 영화 ‘브이아이피’는 지난 23일 개봉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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