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로터리] 농업으로 恒産恒心

여인홍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항산항심·안정된 생업 없이 안정된 마음 없다>

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맹자가 말하기를 ‘항산항심(恒産恒心)’이라고 했다. 안정된 생업(恒産) 없이는 안정된 마음(恒心)도 없다는 의미다. 시대를 떠나 일자리가 중요한 이유다. 고령화·저성장 시대에 일자리 창출과 세대 간 일자리 나누기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자리 블루오션이 꼭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다.

성장의 한계와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농업 분야의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느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서 40대 이하의 귀농 귀촌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과 30대 이하 연령대의 53.6%가 귀농 이유로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을 꼽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과학을 융합한 스마트팜, 온·오프라인연계(O2O) 농산물 유통, 여가와 연계한 체험농장, 농산물 소셜마케팅 등에서 벤처 농업인의 활약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관심이 젊은이들의 농식품 업계 진출로 계속 이어지도록 다양한 진로 탐색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꽃코디네이터’라는 말은 아직 생소할 것이다. 일상에서의 꽃 소비를 늘리기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1테이블 1플라워 캠페인’을 벌이면서 새롭게 생긴 직업이기 때문이다. 회사·식당·학교 등 장소에 어울리는 꽃을 정기적으로 공급·관리해주는 일로 현재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고객 4만명, 월매출 5억원의 성공가도를 달리는 청년 화훼사업가도 있다.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원하는 기간마다 당일에 만든 꽃을 배송한다. 꽃 배달 서비스야 많지만 ‘꽃 정기구독’이라는 문화적 키워드로 접근해 자연스럽게 꽃 구매를 하나의 취미로 탈바꿈시켰다. 기존의 시장에 아이디어를 접목해 자신만의 시장을 만든 셈이다.

관련기사



aT가 올해 농식품 수출 다변화를 위해 발족한 ‘농식품 청년해외개척단(AFLO)’은 최근 국내 업체가 이탈리아에 쌀가공식품 수출 물꼬를 트고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 마트에 국산 두유를, 인도에는 김치를 납품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실무 경험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서울 aT센터에 자리한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인 에이티움(aTium)과 에이토랑(aTorang)에서도 각각 화훼·외식 분야 창업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이달에는 청년 셰프가 전남 완도군과 협력해 지역특산물인 해초면을 활용한 파스타 등을 선보였다.

젊은이들이 농업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농업·농촌과의 스킨십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바다에 나가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길게 보면 더 도움이 된다. 농업 분야의 일자리는 농식품 현장에 답이 있다.

이현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