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서 다자간협력주의(multilateralism)를 키워드로 내세우며 미국에 대항한 국제사회 연대의 수호자임을 자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일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의 모두발언을 통해 “브릭스 국가들의 협력 활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 간, 문화 간 교류가 활발해야 한다”면서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성과가 문화·체육·영화·전통의료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간 교류의 폭을 넓혀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무대에서 미국 등 서방국가에 대항해 신흥국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문화와 개인 간 교류를 증진해 협력관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 주석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중국이 브릭스 국가에 대한 투자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브릭스 국가의 경제·기술 협력을 위해 5억위안(약 7,600만달러)을 투자하고 회원국을 기반으로 한 브릭스 신개발은행(NDB)에 4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이번 브릭스 회의를 계기로 자국의 화신에너지(CEFC)가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의 시베리아 유전 탐사 등에서 공조하기로 했으며 대대적인 국영기업 민영화 계획을 밝힌 브라질의 고속도로와 공항, 항만 터미널 등 인프라 산업 투자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그동안 브릭스 국가 간 협력 성과에도 불구하고 회원국 간 경제교류 협력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실제 5개 회원국의 대외투자는 지난해 1,970억달러에 달했지만 브릭스 국가 간 투자 비중은 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브릭스 국가 간 투자와 경제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노림수다. 중국이 올해 브릭스 회의에서 다변주의를 강조한 것은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를 겨냥해 자국 패권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모한 말릭 미국 하와이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 교수는 “미국이 신고립주의에 몰두하면서 중국이 이른바 다변주의의 수호자임을 자처할 기회를 찾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브릭스 5개국은 이날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하게 개탄하며 한반도 핵 이슈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공동성명을 내놓았다고 AFP 등 외신이 전했다. 외신은 북한이 국제사회 경고에도 불구하고 6차 핵실험을 감행한데 따른 중국의 불만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