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차 핵실험과 수소탄 개발 성공을 주장하며 최대의 도발을 감행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나라와도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그동안 미뤄왔던 ‘세컨더리 보이콧(북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 제재)’ 발동이라는 비(非)군사적 대북제재의 마지막 카드를 거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북한 공격 계획을 묻는 현지 기자들의 질문에도 “두고 보자(We’ll see)”며 군사 옵션의 여지를 남겼으며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북한의 전멸을 바라지 않는다”며 에둘러 무력대응을 강하게 경고했다.
다만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과 대북 석유 차단, 군사적 조치 등은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 전반에도 막대한 부담을 의미하는 것으로 트럼프 정부가 들고 있는 대북 카드들이 모두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이날 긴급 국가안보회의(NSC)에 앞서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와의 무역 중단을 검토할 것임을 밝히며 대북제재 드라이브를 ‘세컨더리 보이콧’에서 출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국은 다른 옵션에 더해,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나라와도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제3국 기업과 은행·개인까지의 제재를 의미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예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실상 북한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고강도 압박을 실행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진지하게 검토해 온 세컨더리 보이콧을 중국의 반발 때문에 접어왔으나 미 의회는 야당인 민주당까지 나서 이날 제재 시행을 주문했다.
독자적으로 실시할 세컨더리 보이콧과 함께 미국은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도 북한에 가장 타격이 큰 석유공급 제한을 추진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4일 열릴 안보리 회의에 앞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전화 통화에서 원유 및 석유제품의 대북 수출 금지를 새 유엔 결의안에 담아 전례 없이 강력한 압박을 북측에 가하는 데 합의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의장도 이날 “안보리가 더 강력한 제재를 채택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다만 북한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가져올 석유공급 중단이 유엔 제재안에 포함되려면 중국·러시아의 동의가 필수적이어서 논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세컨더리 제재 등과 주고받기 등을 할 가능성과 함께 대북 석유공급 중단 역시 전면금지보다는 일부 예외를 두며 제한적으로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석유공급 제한에 따른 북한의 경제·사회 불안 고조를 우려하는 중국이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그만큼 세컨더리 제재 실행 가능성은 커지며 이는 미중 간 정면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행정부의 군사적 압박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NSC 회의 이후 “우리는 많은 군사적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어떤 위협도 엄청난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대북 강경책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코드를 맞췄다. 매티스 장관은 회의 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조치 가능성에 “지켜보자”고 말한 것과 관련해 각각의 군사옵션을 일일이 대통령에게 보고했음을 시사하면서 “우리는 북한의 전멸을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에서는 대북 군사조치의 하나로 ‘특수부대’를 동원해 북측 핵무기와 미사일개발 프로그램을 무력화하는 작전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대북 군사조치도 북한의 반격에 엄청난 인명 피해를 가져올 수 있고 제재 일변도 정책은 중국의 반발 속에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대북 카드들이 모두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선 도발을 감행해 당장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 박사는 “북핵 문제는 제재에만 의존해서는 안되고 압박과 개입을 조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비핵화를 목표로 하더라도 북측에 유인책도 쓰면서 핵 동결부터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