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자 4일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센터는 상담 고객들로 분주했다. 이날 증권사 PB들은 오전·오후 롤러코스트를 탔다. 오전 한때 코스피지수가 20포인트 이상 하락하자 현금보유뿐만 아니라 아예 원화 자산을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상담문의까지 이어졌지만 외국인이 매수세를 유지하자 진정국면으로 돌아섰다.
증권사 PB들은 일단 ‘중립’ 의견을 내놓았다. 잦은 북한의 도발에 투자자들의 내성이 강해진 점과 미국 노동절인 4일(현지시간) 미국 주식시장이 휴장이라는 점에서 ‘판단은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당장의 판단보다 북핵 이슈에 따른 미국 시장의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영업부 부지점장은 “오전에는 자산 리밸런싱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있었지만 오후 들어 잠잠해지며 관망세로 돌아서는 게 확연히 드러났다”며 “당장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보다는 미국 시장을 일단 지켜보자는 흐름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곽 부지점장은 “9월 첫째주 월요일을 노동절로 기념하는 미국은 하루 휴장을 하고 5일(현지시간) 개장을 한다”며 “미국 시장 변동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승호 하나금융투자 클럽원금융센터 상무도 ‘중립’ 의견을 내놓았다. 이 상무는 “단기적으로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균형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극단적인 상황을 막겠다는 국제적인 여론에 따라 시장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외국인이 공포감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북핵에 대응하는 미국의 선택지가 외교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곽 부지점장도 “북한 미사일이 괌을 하나라도 통과할 경우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리더십은 손상을 받는다”며 “MD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무력사용을 지양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미국이 그만큼 선택지가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미국 자산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이 굳건하다는 점에서 주가의 하방을 견디게 해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한 외국계 운용사 주식운용팀장은 “경험상 펀더멘털과 관련 없는 조정장은 다시 회복됐다”며 “북핵이슈가 하반기 기업실적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재연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상무는 “저점매수를 하겠다는 고객들도 있었지만 현재 공격적인 투자시점은 아니다”라며 “당분간 조정국면을 지켜보면서 현금보유를 늘려가며 우량주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