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를 둘러싼 당정 간 엇박자는 처음이 아니다. 당초 김 경제부총리는 법인세를 두고 “명목세율 인상을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시장에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지난 7월20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당 출신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증세 문제를 정직하게 토론하자”고 한 뒤 상황이 돌변했다. 같은 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 인상안을 꺼냈다. 결국 2,000억원 이상 기업의 법인세율이 22%에서 25%로, 연소득 3억원 이상은 소득세율이 2%포인트만큼 오르게 됐다.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 반대→여당 주도로 증세 분위기 조성→증세 카드’라는 공식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보유세만 해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일주일 만인 지난달 9일 “부동산 보유세는 매우 이르지만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고 운을 뗐다. 이를 고려하면 여당과 청와대가 1% 수준으로 잡았던 부자증세의 대상을 상황을 봐가면서 추가로 넓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올해 세법개정으로 소득세율 인상은 종합소득세 기준 상위 0.8%였다. 법인세는 129개 정도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여당이 처음에는 1%를 증세 타깃으로 삼았지만 계속해서 전선을 넓혀 갈 것”이라며 “예를 들어 나중에는 국민을 2대8로 나눠 증세하는 방안까지 밀어붙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정부 안팎에서는 향후 총액만 따지고 주택 수를 구분하지 않는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방식을 개편하거나 양도세의 경우 3채 이상 보유자는 중과폭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임대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도 유력하다.
이 과정에서 당정 간 불협화음에 따른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의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증세는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며 “보유세 같은 폭발력이 큰 사안을 건드릴 경우 뒷감당이 안 될 것”이라며 증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명확히 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