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직장맘 이모(40)씨는 지난달 말 가사도우미를 알선하는 직업소개소로부터 갑작스러운 요금 인상 통보를 받았다. 집안일을 돌봐주던 가사도우미가 건넨 A4 용지에는 당장 이달부터 연회비가 2만원 오르고 4시간·8시간 기본요금이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 인상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씨는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오른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왜 느닷없이 이 시점에 가격을 올리는지 모르겠다”며 “맞벌이 부부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가사도우미 이용 요금이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일제히 오르고 있다. 서울과 분당·판교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요금이 들썩이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가사도우미를 소개해주는 한 업체 관계자는 “인천 쪽은 진작에 요금을 올렸고 전국 각지의 다른 사무소도 다 같이 요금을 인상하고 있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요금을 올렸다”며 “최근 5~6년간 묶여 있던 요금을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요금과 회비가 오른 배경에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과 구인자의 월회비 한도액 인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6,470원인 최저임금은 내년 7,530원으로 오른다. 또 지난 6월까지 최저임금과 무관하게 3만5,000원이었던 월회비 한도액은 7월 개정 고시가 시행되면서 최저임금과 연동돼 5만4,000원으로 올랐다.
가사도우미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최저임금을 적용 받지 않지만 실제 가사도우미 임금은 최저임금에 준해 지급되고 있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사도우미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면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식당종업원 등으로 일하려 할 것”이라며 “가사도우미 시장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가사도우미가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업계가 미리 요금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요금이 지나치게 오르면 여성의 경력단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판교에 사는 워킹맘 김모(39)씨는 “육아도우미가 전후 사정 설명도 없이 갑자기 이번 달부터 일을 못하겠다고 했다”며 “결국은 돈 올려달라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가뜩이나 애 키우면서 직장 생활하기가 힘들었는데…”라며 “남들처럼 할머니가 애를 봐줄 수도 없는 형편이라서 회사를 그만둘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구인자의 월회비 한도는 법으로 규제할 수 있지만 ‘몇 시간 서비스에 얼마’는 전적으로 개인 간 계약에 따라 결정할 사안으로 관리영역 밖이라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구인자로부터 연회비를 받은 소개소가 불과 한 달 뒤에 요금을 올려도 법에는 저촉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용자가 연회비를 냈는데 업체가 그 외에 추가적인 소개요금을 받는 것은 위법”이라며 “하지만 연회비를 받은 소개소가 이용 요금을 수시로 올린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사근로자 4대보험 적용 앞둬
法통과땐 15% 추가 상승 불가피
“해외 인력 활용하자” 목소리도
요금은 앞으로 더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가 6월 입법예고한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법률 제정안이 통과돼 가사도우미가 4대 보험을 적용 받게 되면 15%가량 인상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법안은 가사 서비스 이용권 제도 도입 등으로 서비스 제공 기관이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하도록 유도하고 사회보험 적용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기존 알선 방식도 허용되지만 요금은 결국 상향 수렴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동남아시아 인력을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동남아 가사도우미는 국내 업계의 반대가 너무 심하다”며 “설령 제도를 열어준다 해도 그 돈(최저임금)을 주고 쓸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