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투자은행(IB) 부문과 사모펀드(PE)들의 새로운 새 투자처로 부상하던 항공기 대체투자가 중동 카타르 단교 사태에 발목이 잡혔다. 국내 증권사들이 세계 1위 항공사인 카타르항공과 단교 사태로 거래가 끊기며 해당 항공사의 자산을 대체투자 포트폴리오에 담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항공기 투자에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중동 항공사는 한국 같은 신흥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어서 업계의 고민이 더욱 크다. 하지만 이참에 새로운 거래 구조와 항공기 수요를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촉발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국가와 카타르와의 단교가 석 달째 접어들면서 항공기 대체투자에 뛰어든 IB 업계의 영향도 커지고 있다. IB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카타르 단교 사태 여파 등으로 항공기 대체투자 관련 거래량이 과거에 비해 3분의2가량 크게 감소했다”고 전했다. 올해 초 카타르항공에서 항공기 4대를 인수했다 기관투자가가 부담을 느끼면서 투자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증권사가 물량을 떠안은 일도 발생했다.
또 다른 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 초 항공기 등 대체투자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입장이 곤란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항공기 대체투자는 항공사가 보유한 항공기를 증권사가 구입, 임대, 구매 후 재임대(세일앤드리스백)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확보해 이를 통해 구조화 금융을 하는 것이다. 대체투자 대상으로는 부동산·선박 같은 실물자산을 근간으로 하는데 따라서 신용등급이 높은 거래 상대방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단교 사태가 이어지는 올해에도 세계 항공사 1위에 선정된 카타르항공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이유다. IB 업계 관계자는 “자국이나 자기 경제권 영토가 워낙 넓은 미국·유럽과 달리 한국 같은 신흥국은 중동은 꼭 잡아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1년 이내에는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동 분쟁이 격화와 완화를 거듭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다 카타르가 단교 국가 중 하나인 이란과 국교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한반도 리스크가 크게 불거진 상황인 만큼 미국이 적극적인 중재를 못할 경우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쿠웨이트가 주재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단교 사태를 전환점으로 삼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병수 KTB투자증권 대체투자팀 이사는 “현재는 일시적인 소강상태”라며 “신용등급이 높았던 에미레이트와 싱가포르 항공 딜을 하면서 기관들의 피로감이 쌓여서 새로운 비행기와 대륙·항공사·구조 등을 제시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에 부합하려는 증권사의 노력이 항공기 금융을 한층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양준·송종호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