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단체급식 외국계만 배불리나

■ 李 총리 ‘단체급식 대기업·중견기업 과점’ 실태점검 지시

대규모 급식 중기 감내하기 힘들어

대기업 급식 시장 참여 제한 땐

외국계가 차지 재연 가능성



정부가 국내 단체급식 시장의 과점 여부 등 실태점검에 나서기로 하면서 관련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의 핵심은 대기업의 단체급식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외국계 기업의 배만 불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3년에 정부 청사 구내식당 업체 선정 시 대기업을 제외하자 외국계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5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국내 단체급식 시장에서 대기업·중견기업의 과점 여부 등 실태점검 후 개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는 “국내 (민간) 단체급식 시장에 중소기업 참여가 적고 대기업·중견기업의 비중이 큰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총리실 측은 “대기업들은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기반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강조하고 약속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올해 위탁급식 시장 규모를 4조5,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삼성웰스토리·아워홈·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신세계푸드 등 대기업 관련 업체들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 동원홈푸드·풀무원ECMD 등 중견기업이 10%를 점유한 것으로 분석한다.

정부의 실태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대기업 급식 업계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과거에도 단체급식 시장에서 대기업을 제외 했는데 결과적으로 외국계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2013년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중소기업의 참여를 늘린다는 이유로 대기업을 배제했다. 문제는 거대 글로벌 기업도 반사이익을 가져갔다는 점이다. 정부세종청사 2구역을 운영하고 있는 아라코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계 아라마크의 한국법인으로 직원 수가 26만명, 매출액은 17조원에 달한다. 아라코는 이외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서울보증신용재단·국립환경과학원 등의 구내식당 운영권을 따내는 등 국내 대기업의 빈자리를 채웠다. 이외에도 정부가 제빵 등 여러 분야에서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자 그 자리를 외국계 기업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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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단체급식 시장의 특성을 무시한 채 대기업의 시장 과점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무리하는 지적이다.

대기업 계열 단체급식 업체의 한 관계자는 “급식 사업장에서 하루에 많으면 최대 7만여명분의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어디서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입찰만 해도 3년간 1끼당 단가가 3,500원인데 중소기업이 감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계열 업체들이 하루 급식 규모가 500명 미만인 곳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등 시장 내에서도 영역이 나뉘어 있는데 일률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특히 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위생관리다. 대기업 계열사만큼 식품안전과 위생을 관리하기 위해 대규모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중소업체에 있느냐는 것. B사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급식 업체들이 구매·인력·연구개발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급식 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린 점도 평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과거 중소 급식 업체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대기업의 공공기관 급식 시장 참여를 제한했다”며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워홈·현대그린푸드 등 대기업이 배제되자 외국 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이 시장의 80%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 급식 업체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준호·박윤선기자 violator@sedaily.com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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