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LG전자 단독 사령탑에 오른 조성진(사진) 대표이사 부회장이 전사(全社) 조직에 걸쳐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군더더기를 없애고 업무 추진의 속도를 높여 일 처리 효율성을 끌어올리라는 것이 조 부회장 주문의 핵심이다.
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말부터 사내 e메일 시스템에 ‘음성 녹음’ 기능을 추가했다. 앞서 조 부회장 아이디어로 개발돼 도입한 음성결재 시스템의 편리함이 조직 내에 퍼지면서 사내 메일 시스템에까지 음성 기능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음성 메일 시스템은 말 그대로 본문이 필요없는 메일이다. 담당자들이 e메일로 업무 내용을 주고받더라도 유선 또는 대면을 통한 부가적인 구두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음성 메일을 통해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최장 10분까지 음성 녹음이 가능하고 메일 수신자가 메일을 열면 자동 재생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음성결재 시스템 도입에 이어 음성 메일 기능까지 도입하면서 불필요한 대면 회의나 보고서 작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음성결재 시스템은 상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보고자가 일일이 내용을 쓸 필요 없이 구두로 보고하고 결재를 받을 수 있다”면서 “보고서 작성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정확한 보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 할 일을 한 번에 끝낼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올라간다는 얘기다.
조 부회장이 연초 단독으로 LG전자 지휘봉을 잡은 후 이 같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부터 형식적인 월요일 오전 회의를 없앴다. 직원들이 회의 준비에 매몰돼 정작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매주 금요일은 캐주얼데이로 지정해 자율 복장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했고 한 달에 하루는 팀장 없이 팀원들끼리 자율적으로 근무하는 ‘팀장 없는 날’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라는 취지다.
LG전자 관계자는 “조 부회장은 1등만 살아남는 경쟁 환경에서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면서 “스피드와 실행력,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