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북 제재 합의 쏙 빠진 한·러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단독 정상회담을 열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위기대처 방안을 교환했다.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잘못된 길이며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푸틴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톤은 달랐다. “한반도 사태는 제재와 압력만으로는 안 된다. 정치외교적 해법 없이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유엔 안전보장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고강도 대북 제재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 요구에 대해서는 “민간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난색을 표명했다. 핵심 현안인 대북 제재는 철저히 외면한 셈이다.


예상 못했던 바는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대북 제재 강화로는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현 상황은 어떤 제재도 소용없고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대북 원유공급 중단, 북한 노동자들의 송금 차단 등 대북 결의의 핵심내용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동참할 경우 동북아 정세가 미국 쪽으로 급격히 기울 수 있다는 판단과 북한 경제가 치명상을 입어 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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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러시아를 이대로 지켜볼 수는 없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이 하루빨리 핵을 포기하고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압박해야 한다. 11일로 예상되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러시아가 반드시 동참해야 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순방 기간은 물론 이후에도 모든 외교역량을 집중해 강력한 응징만이 북한 핵을 포기시키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이끌 유일한 방법임을 러시아에 각인시켜야 한다. 한국이 극동 개발에 최적의 파트너라는 점과 한러 관계 격상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러시아를 설득하는 우회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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