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정치권, 금융사 CEO 인사 개입말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정치권 영향 받는 韓 금융업

OECD 국가 중 경쟁력 최하

최고 전문가가 CEO 돼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금융회사 임원들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과거와 같이 정치권이 인사에 개입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BNK금융지주 회장 인선과 관련해서 잡음이 일고 있으며 수협은행장 선임도 5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여기에 KB금융을 비롯해 다수의 금융회사와 금융단체 수장 선임 또한 다가오고 있다.


금융업은 서비스 산업으로 고용을 늘리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성장산업이다. 과거와 같이 더 이상 제조업 같은 실물 부문을 보조해주는 산업이 아닌 것이다. 자본시장이 개방된 경우 금융업 부실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 외환위기도 결국은 금융회사의 부실로 국가신용등급이 낮아지면서 갑작스러운 자본유출로 발생했다.

우리 금융회사의 경쟁력이 낮은 원인 중 하나는 CEO 선임이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산분리로 은행과 같이 주인이 없는 경우 그동안 금융회사 CEO는 정치권에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외환위기 직후에는 금융부실이 금융회사에 유능한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유능한 CEO를 유치하기 위해 급여와 상여금을 크게 높였다. 그러나 정치권의 영향을 받으면서 외환위기 20년이 지났지만 우리 금융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진 또 다른 배경은 금융시장 구조와도 연관이 있다. 국내 은행시장은 독과점시장이다. 몇 개 은행이 시장을 독점하는 공급독과점 상태다. 독과점 금융공급자인 은행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결정하면서 금융소비자는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 생산성이 낮았어도 금융회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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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올해 상반기 은행 실적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은행들은 경기침체와 저금리라는 불리한 영업환경에서도 최대 수익을 올렸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 우리은행과 하나금융이 벌어들인 순수익은 6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문제는 생산성이 높거나 경쟁력이 향상돼 수익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의 예대금리 차이를 최대 2%까지 넓히면서 이자수익 증가로 수익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지속되기 어렵다. 금융업이 과거와 다른 영업환경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실물시장과 같이 금융업에서도 인터넷뱅킹 같은 온라인 영업이 기존 오프라인 영업을 강타하고 있다. 인터넷뱅킹 규모가 커지고 활성화될 경우 온라인 영업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 구조는 경쟁체제로 급격히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 CEO의 능력이 중요해진다. 생산성이 낮은 금융회사는 부실화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외국 온라인 금융회사들이 국경을 넘어 국내에 진출할 경우 더 이상 경쟁력이 낮은 국내 금융회사들은 국내 시장에만 안주할 수 없게 된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정치권의 영향력을 배제해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민간금융회사 CEO에 선임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높여야 금융업도 해외에 진출해 수익을 높일 수 있으며 실물 부문의 삼성전자와 같이 금융 분야의 삼성전자가 나올 수 있다. 금융 부문에서도 국부가 창출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전문가 양성을 위한 투자도 늘려야 한다. 금융업은 지식집약적 산업이다. 금융기술을 가진 우수한 전문가들이 양성될 때 우리 금융 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다. 조선·철강 등 주력산업의 중국 이전으로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선진국의 보호무역으로 실물시장의 충격이 커지고 있는 지금은 정보통신과 결합한 금융업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금융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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