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 흐름이 더 거세졌다. 북핵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한 상황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하락 출발하며 1,120원대 중반 움직임을 이어갈 전망이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원90전 내린 1,126원50전에 거래를 시작했다. 북핵 이슈가 불거진 이후 최저 환율 수준이다. 글로벌 달러 약세에 원달러 환율도 동조한 까닭이다.
밤 사이 달러화는 유로화가 뛰면서 상대적으로 하락했다. 7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기자회견에서는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 하지만 유로화 강세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사실이 시장의 테이퍼링 기대를 높였다. 드라기 총재가 “양적완화와 관련한 많은 결정들이 아마 10월에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시장은 ECB의 테이퍼링이 10월에 시작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CB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2.2%로 상향조정한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에 달러 대비 유로 가치는 1.20달러 선을 넘어섰고, 달러화 가치는 급락했다. 7일(현지시간) 달러인덱스는 0.81% 빠진 91.54를 기록했다. 2015년 1월 이후 최저치다. 이번 주말 미국 플로리다를 강타할 것으로 전망되는 초강력 태풍 ‘어마(Irma)’에 대한 공포도 달러 약세를 거들었다.
원달러 환율도 이같은 글로벌 달러 약세를 반영해 아래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다만 북한 리스크 때문에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은 다른 통화에 비해 작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리스크는 일정 수준 잦아들고 있다. 전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72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고, 우리나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소폭 내렸다. 그럼에도 시장의 경계는 아직 팽팽하다. 특히 9일 북한 건국절을 앞두고 주말에 북한의 추가 도발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20원대 중반에서 좁은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거센 글로벌 달러 약세에 엔화는 상대적으로 크게 뛰었다. 밤사이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09.32엔에서 108.44엔까지 올랐다(엔화 강세). 이날 서울외환시장도 비슷한 흐름으로 개장했다. 원엔 환율(하나은행·9시 기준)은 전 거래일 대비 5원67전 오른 1,041원6전에 거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