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콜럼바인]폭력에 대한 무관심이 '괴물' 키운다

■데이브 컬런 지음, 문학동네 펴냄



“월요일 아침이면 2,000명의 아이들 모두 댄스파티를 끝내고 무사히 학교로 돌아올 터였다. 하지만 다음날인 1999년 4월 20일 화요일 정오에는 학생과 교직원 24명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13구의 시신은 여전히 교내 건물에 남아 있고, 두 구는 바깥에 쓰러져 있을 것이다.”(20쪽)

콜럼바인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이던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의 그날 목표는 간단했다. ‘세상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는 것. 이들은 총과 폭탄을 짊어지고 학교로 향했다. 에릭은 인터넷을 뒤져 찾은 ‘무정부주의자의 요리책’을 보고 사제폭탄을 만들었다. 이들의 총격으로 13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했다.


책은 미국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논픽션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사건 취재부터 집필까지 10년이 걸렸다. 한 편의 영화같은 이야기지만 실화라는 사실에 간담 서늘하게 하는 이 책은 최근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등 청소년 잔혹 범죄가 연이어 발생한 탓에 더욱 짙은 잔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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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졌던 것과 달리 범인인 두 소년은 따돌림 받던 아이들도 아니었고 우발적으로 사고를 저지른 것도 아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아이들이었고 가정환경도 특별히 불우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들의 심리상태를 파고들었다. 알고 보니 해리스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영수증까지 꼼꼼하게 챙길 정도로 치밀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랐다. 반면 클레볼드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짝사랑하는 소녀를 위한 마음으로 일기장을 채우며 줄곧 자살을 생각했다.

500명 이상 학살하겠다던 계획과 달리 폭탄이 제대로 터지지 않자 당황한 이들은 30분간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총을 쏘다 결국 스스로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사건 이후 희생자와 그 가족은 물론 살아남은 사람들, 나아가 이들이 속한 사회와 그 주변까지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렸다. 생생한 폭력과 무기력에 빠진 지역사회, 경찰의 실수와 은폐공작을 폭로한 이 책은 범죄의 신호에 무심한 우리 시대에 경고를 던진다. 자칫 당신도 괴물같은 살인마를 키워낼지 모른다고. 2만1,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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