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고]당신의 아파트 전기설비는 안녕하십니까

박창현 부경대 전기공학과 교수

박창현 부경대 교수박창현 부경대 교수


최근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교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 정전으로 수천 세대가 불편을 겪는 큰 소동이 있었다. 알고 지내던 이웃도 그중 하나였는데 그때를 회상하며 푸념을 털어놓았다. “아무리 전기를 많이 써도 그렇지 요즘 시대에 정전이라니, 지금이 뭐 1980년대도 아니고 우리나라에 전기가 그렇게 부족합니까.” 그런데 이 지인이 잘못 아는 게 하나 있다. 정전 당일의 전력공급예비율이 20%를 넘겼다는 점이다. 올여름 최대전력 발생일인 지난 7월21일에도 전력공급예비율은 12.3%로 충분했다. 그때 발생한 아파트 정전은 전력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다.

대형 공동주택은 자체 변압기를 활용해 각 세대에 전기를 제공한다. 정전은 주로 여기서 발생한다. 198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 단지의 전기설비는 과부하라든지 관리부실로 언제라도 고장이 날 수 있다. 고장 위험이 큰 만큼 수시로 점검해야 하고 적절한 시점에 설비용량 증대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설비 교체비용에 대한 부담과 당장 드러나는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적절한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기계설비도 마찬가지다. 노후설비를 제때 손보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는데 사고가 난 후에 후회하는 사례가 많다. 게다가 고장 난 변압기의 교체비용도 만만치 않고 부담은 고스란히 각 세대로 돌아간다.


더 심각한 것은 아파트 전기설비의 고장은 입주세대의 정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곳을 지나는 송배전 선로에도 영향을 줘 주변 지역까지 ‘파급정전’이 올 수도 있다. 상상하기도 싫은 대재앙이다. 그 주변에 산업단지나 병원·대학교가 있다면 추정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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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국민은 ‘전기는 곧 한국전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기 불편의 책임을 모두 한전에 돌리고는 한다. 하지만 공동주택에 설치된 전기설비는 엄연히 아파트 입주세대의 소유다. 그 유지보수는 실제 사용자인 아파트 주민의 몫이다.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를 보면 ‘장기수선충당금’이라는 게 있다. 바로 이럴 때 사용하라고 마련해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아파트 전기설비가 한전의 직접 관리대상이 아니라고 에너지 공기업이 손 놓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안전하고 편리한 전기 공급은 한전의 핵심역할이다. 한전은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간시설 정전 복구를 지원하고 있다. 또 아파트 전기설비 무상점검을 연 1회 실시한다. 2005년부터 아파트 노후변압기 1kW당 16,000원의 교체비용도 지원해왔다. 이를 잘 활용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노후된 전기설비를 손쉽게 교체해 정전을 피할 수 있다.

삼(三)계절을 가졌다는 우리나라의 최근 기후는 아열대 같은 느낌이다. 아마 내년도 올해만큼 덥고 습할 것이다. ‘뭐, 올해는 잘 넘어갔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지금을 넘기면 정전의 위험은 그만큼 커진다. 아무리 귀찮아도 내가 사는 아파트의 전기설비가 어떻게 관리되는지 살펴보는 작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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