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걸출한 작가들이 많이 있지만 아직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세계에 한글문학이 잘 안 알려져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저는 한글문학을 세계인과 소통하며 시대를 비추고 영혼을 살찌울 수 있도록 키우는 게 꿈입니다.”
오는 12~15일 경주에서 제3회 ‘세계한글작가대회’를 개최하는 손해일(69·사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은 7일 서울 여의도 오성빌딩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한글문학의 글로벌화를 위해 애쓰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PEN은 P는 ‘시인·극작가(poet·playwright)’, E는 ‘수필가·편집자(essayist·editor)’, N은 ‘소설가(novelist)’를 뜻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 문학단체로 세계 145개 지부를 두고 있다.
이번 대회는 ‘세계화 시대 한글문학, 평화를 꿈꾸다’를 주제로 열리는데 17개국, 63명의 작가와 교수 등이 발표·토론자로 나서고 시민 등 3,000여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중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온 고은 시인, 45년 동안 한국어를 연구해온 알브레히트 후베 독일 본대학 명예교수, 윤동주 시인의 묘소를 최초로 발견했고 평생 한국문학 연구에 몰두한 오무라 마스오 일본 와세다대 명예교수의 특강이 준비돼 있다. 고 시인은 한글을 주제로 한 창착시 ‘아 세종’도 낭송한다. 신경림 시인과 유안진 시인은 각각 ‘한국시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한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을 주제로 각각 문학강연을 한다.
손 이사장은 “지난 5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았는데 작품도 좋지만 번역돼 해외에 알려졌기 때문”이라며 “이번 대회가 국내외 한글문학의 방향을 모색하고 세계에 알리는 단초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작가들의 시와 산문집을 영문으로 대거 번역해 선보이는 점이 특징”이라며 “국제PEN한국본부에서 노벨문학상 후보를 한 명 추천할 수 있는데 이번 대회 직후 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세계PEN총회에 참석해 우리 작가들을 홍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3월 회원투표로 임기 4년의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으로 선출된 그는 자체 번역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손 이사장은 서울대 농대 출신으로 홍익대에서 국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농민신문 편집국장과 농협대 교수,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시집으로 ‘왕인(王人)의 날’ ‘떴다방 까치집’ ‘신(新)자산어보’ 등을 펴냈다. 한편 그는 “이번에 정세균 국회의장이 축사를 하고 문화체육관광부·경상북도·경주시의 후원을 받아 알차게 준비했다”며 “신라의 음색을 되살린 현악기 ‘신라금’과 신라 군악대인 ‘고취대’ 공연을 비롯해 안숙선 명창 등 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한글문학축제도 열린다”며 시민 참여를 호소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