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북한의 추가 도발과 주요국 갈등 등의 혼돈 속에 삼성전자 등 일부 대형주만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는데다 스마트폰도 기대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는 등 실적이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000660) 등 대형 정보기술(IT)주가 강세지만 지수는 하루 만에 하락 반전했다. 북핵 리스크가 완화됐지만 당분간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여전해 변동성에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8일 잇따라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동부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을 기존 전망치보다 4.1% 높은 53조4,00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3·4분기와 4·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각각 13조8,000억원, 13조6,000억원에서 14조원, 15조5,00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300만원에서 330만원으로 대폭 올려잡았다. 국내 증권사 중에 가장 높은 수치다. 어규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30.5%, 175% 성장한 62조4,000억원, 14조2,9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2.0% 오른 245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반도체 부문의 호황과 갤럭시노트8 등의 판매 호조가 기대감을 키웠다. 메모리 업황이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D램·낸드플래시 메모리 출하량이 늘고 3·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만 10조원에 육박한다는 관측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반도체 가격 흐름은 견조한데다 IT·모바일(IM) 부문도 2·4분기보다는 부진하지만 기존 예상치보다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전망한 삼성전자의 3·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89%나 증가한 9조7,000억원이다. 역대 최대치를 뛰어넘은 숫자다.
SK하이닉스도 이날 1.68% 오른 7만2,600원에 마감하며 연중 최고가(7만3,000원)에 근접했으나 지수 상승을 이끄는데 실패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장 초반 매도에서 매수세로 돌아서며 145억원 순매수로 장을 마쳤다. 기관은 820억원을 순매도하며 5거래일 만에 ‘팔자’로 돌아섰다.
증권사들이 IT랠리를 부추겼지만 시장은 냉정하게 반응했다.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했고, 철강금속과 제조업 등만 소폭 상승했다.
문제는 북한 리스크와 허리케인 ‘하비’다. 코스피는 지난 7일 6거래일 만에 반등했지만 북한의 건국절을 하루 앞둔 8일에는 다시 전일보다 2.47포인트(0.11%) 떨어진 2,343.72에 장을 마쳤다. 시장에서는 “북한이 극단적인 추가 도발에 나서지 않는 한 증시가 조만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와 북한의 반응 등이 불투명한 만큼 당분간은 증시의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리케인 ‘하비’가 3·4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에도 타격을 입힐 것으로 분석돼 당분간 미국 증시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