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면 자연스레 디젤 엔진이 떠오른다. 세단에 비해 큰 차체에 오프로드 주행까지 하려면 강한 토크를 내는 디젤 엔진을 장착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중형 SUV 시장을 이끌고 있는 현대차의 싼타페나 기아차의 쏘렌토 역시 가솔린 모델의 판매량이 월 100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르노삼성이 가솔린인 ‘GDe’ 엔진을 탑재한 QM6를 출시한 것은 그 만큼 도전적인 행보로 볼 수 있다.
지난 7일 인천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에서 인천공항 인근 그랜드 하얏트 인천까지 왕복 134㎞의 구간에서 QM6 가솔린 모델(사진)을 체험해 봤다. 차량 외관이나 내부는 기존 디젤 모델과 같다. 르노의 패밀리룩이 적용된 외관은 곡선미를 강조해 중형 SUV임에도 단아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실내 공간도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다. 차량 중앙에 위치한 8.7인치 S-링크 디스플레이는 터치 방식으로 조작이 편리하고 시원시원했다.
변속 레버를 D로 바꾸고 출발하자 SUV보다는 중형 세단 같은 느낌을 줬다. 시승 전 르노삼성 관계자가 “저속 구간의 매끄러운 주행을 꼭 체험해 보라”고 강조한 이유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미끄러지듯 빠져 나가는 느낌이 꽤나 매력적이다. 시속 60㎞ 안팎의 속도로 주행하는 도심 구간에서도 이 같은 느낌이 이어졌다.
르노삼성이 QM6 가솔린 모델에서 특히 강조하는 점은 정숙성이다. 실제로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높여도 차량 내부로 전달되는 소음은 극히 미미했다. 잔잔한 음악 소리도 방해하지 않는다. 가솔린 엔진 자체가 디젤 엔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음이 적은데다 앞유리에 차음 윈드쉴드 글래스를 장착하고 엔진룸을 포함한 차체 전반에 흡·차음재를 확대 적용한 덕분이다.
주행 성능도 꽤나 만족스러웠다. QM6 GDe는 2.0리터 자연흡기 GDI가솔린 엔진과 일본 자트코사의 최신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CVT)로 최고출력 144마력, 최대토크 20.4㎏·m의 성능을 발휘한다. 디젤 모델보다 120㎏ 가량 가벼운 차체를 끌기에 크게 부족하지 않은 힘이다. 조용한 차체와 무단 변속기 덕분에 고속 구간에서도 계기판 바늘이 가리키는 속도보다 체감 속도는 더 낮다.
물론 토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디젤 모델과 비교할 때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힘은 부족하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안정적인 운전을 추구한다면, 특히 오프로드가 아닌 도심 주행을 목적으로 한다면 QM6 가솔린 모델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12.8㎞/l의 복합연비와 2,480~2,850만원의 가격대를 고려하면 이 같은 매력은 더 커진다.
/인천=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