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문화

[SE★단독인터뷰②]조영남, “가수·화가...둘 중 한우물만 파라는 말 이해 안 돼“

“예술은 시시껄렁한 인생에 맛있는 양념을 치는 것”

“한 우물만 파야한다는 건 구시대적 속담...난 두 우물을 파서 물이 나온 실제 샘플”




전방위 예술가 조영남은 늘 열정적이다. 가수 겸 화가(화수), 문필가, 방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조영남은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한양대 음대를 거쳐 서울대 음대 성악과에 입학했으나 클래식 무대가 아닌, ‘딜라일라’(1968년)라는 번안가요로 가요계 스타로 등극했다. 1990년 카네기홀에서 개인 콘서트를 열기도 한 그는 지난 1970년부터 그림 그리기를 시작, 73년 첫 개인전을 열고 30년이 넘게 미술작업을 해왔다.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이라는 현대미술 해설서를 냈는가 하면, ‘한국미술작가상’ ‘기독문화대상’ 등의 미술상도 수상했다.

/사진=조은정 기자/사진=조은정 기자


이제는 70이 넘은 나이지만 뼛속같이 자유로운 영혼 조영남은 재미니스트이자 딴짓 예찬론자로도 잘 알려졌다. 기자에게도 “지금 하고 있는 것 말고 딴 것도 해봐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봐. 다 될 수 있으니까” 라는 말을 건넸다. 미술, 음악 그리고 재미난 예술을 권하는 남자 조영남을 만났다.

=좋아하는 걸 하시고 사는 대표적인 분으로 알려졌어요. 사실 사람이란 게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순 없잖아요.

▲ 결국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자기가 살고 싶은대로 살아. 그러니까 남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지. 내가 이래라 저래라 안 해도 잘 살아. 그러니까 그 문제에 대해선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아. 이 앞에서 낚시 하는 사람에게 왜 낚시 말고 다른 게 할 게 없었냐 라고 말 할 수 있겠어? 그 사람이 어련히 알아서 하는 거잖아요. 근본적으로 생각을 하는거지. 선배로서 내 경우를 말하면, 음악도 하니까 됐고, 미술도 하니까 됐어.

=어르신들이 한 우물만 파라는 소리를 많이 하잖아요. 네가 진짜 잘 하는 게 뭔지를 찾아내라면서요.

▲ 초등학교 다닐때 내가 하도 여러 가지를 하니까, ‘여러 우물 파면 물 안 나온다’ 그 이야기를 많이도 들었어. 그래서 내가 결심하기를 ‘진짜 그럴까’ 내가 한번 실행의 샘플이 되어야겠다고 했지. 그렇게 마음 먹고 한 음악 우물을 판 건 성공했어. 미술 우물도 파다보니까 물이 나오더라구. 그러니까 어른들이 우리에게 한 그런 말들은 전적으로 잘못된 교육이었던거야. 미술도 되고, 음악도 되는 걸 보면서, 그림과 음악은 분리되지 않고 하나라는 걸 알았어. 하나로 가야 하는 거지. 나는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딴 것도 해봐라고 말해.


지금은 최재천 교수가 나와서 모든 일은 통합이다면서 ‘통섭’(統攝) 교육을 강조하는데 그게 바로 그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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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과 8일 양일간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무대에서 펼쳐지는 ‘세계4대오페라축제’ 참가작 오페라 ‘청’ 출연 소식을 알리셨는데, 오페라 포스터도 직접 그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포스터 그림을 그리는 게 쉬운 예술이 아니긴 한데. 그걸 내가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 생각까진 못했어. 조영남이 미술한다고는 하는데 완벽하게 안 알려진 것일 수도 있지.

=수많은 앨범을 낸 가수이자, 수많은 책을 낸 작가이자 동시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화가이기도 해요. 예술사랑이 남다르세요.

▲ 숙명적으로 미술을 좋아해. 내 팔자 아니겠어. 난 평생 좋아하는 것만 한 거야. 사실 생리적으로 누구나 다 그래. 억지로 하는 건 한계가 있잖아. 좋아하는 게 음악이랑 미술인데, 둘다 결과물이 있는 거지. 음악은 돈이 생기고, 미술쪽에선 아마추어 미술 애호가야. 그렇다고 내가 화가도 아니잖아. 너무 성공하는 바람에 법정 문제까지 갔는데, 미술하고 음악을 동시에 하는 게 굉장히 드문 케이스이긴 하지.

/사진=조은정 기자/사진=조은정 기자


/사진=조은정 기자/사진=조은정 기자


/사진=조은정 기자/사진=조은정 기자


=미술, 음악, 문학 이런 걸 몰라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은 없잖아요. 우문이 될 수도 있지만 이런 예술을 꼭 더 깊이 알아야 할까요?

▲ ‘미술’을 알아야 해? 물론 ‘꼭’ 알아야 한다 이런 건 없지. 다만 공부해두면 삶이 편리해지는거지. 알아 볼 수 있다는 것 그것 뿐이야. 제일 중요한 건 대전제인 ‘한번 사는 인생인데 즐겁게 살자’에 가까워지는거지. 백남준 같은 분이 훌륭한 게 미술이 뭐냐. 누군가 백남준에게 왜 예술을 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싱겁기 짝이 없는 세상살이에 양념 한 가지 치는 기분으로 한다.“고 대답했다고 하잖아. 그 말 그대로 심심하고 시시껄렁한 인생에 양념을 치는 거지. 심심한 음식에 고춧가루를 치냐 안 치냐 그 차이지. 그래서 난 미술을 권하고 싶은거지.

=그림 그리면서 인터뷰 하는 걸 즐기신다고 들었어요. ‘파리의 이단아’로 불린 화가 베르나르 뷔페를 떠올리게 하는 자화상을 인터뷰 시간 동안 완성하셨어요.

▲ 내가 광대 아니야. 내 초상화를 광대 비슷하게 그려보는거지. 지금 보니까 근사해졌는데, 아이디어 시작을 잘 했다 싶어. 뷔페에서 힌트를 얻었어. 뷔페는 광대의 모습이 좋아서 그렸고, 나는 내가 진짜 광대이면서 화가니까 그 자화상을 그리는거지. ‘아웃사이더’인 내 눈에는 뷔페 이 분 역시 ‘아웃사이더’였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어. 요즘 모든 일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아니구나란 걸 느끼고 있어. 지금 웃잖아. 인생에서 웃을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아. 지금 살고 있는 게 제일 잘살고 있는 거란 생각으로 즐기면서 사는 게 좋은 거야.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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