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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957위였던 스티븐스, '키스' 날리고 인생역전

부상 악재로 밀려났던 스티븐스

US오픈 테니스 여자단식 제패

키스에 2대0 勝…첫 메이저 우승

우승컵 들어보이는 스티븐스.   /AP연합뉴스우승컵 들어보이는 스티븐스. /AP연합뉴스




‘윌리엄스 자매 후계자’로 불리다 부상 불운을 겪었던 슬론 스티븐스(83위·미국)가 US오픈 테니스 우승으로 인생 역전을 이뤘다.

스티븐스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매디슨 키스(16위·미국)를 2대0(6대3 6대0)으로 제압하고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지난 7월 중순만 하더라도 세계랭킹이 957위까지 밀려 있던 스티븐스지만 그의 경력을 보면 ‘이변’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스티븐스는 20세였던 4년 전 2013년 호주오픈 준준결승에서 자신의 ‘우상’이자 당시 최강으로 군림하던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를 꺾고 4강까지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너스-세리나 윌리엄스 자매와 같은 흑인으로 강력한 스트로크와 두둑한 배짱을 갖춘 스티븐스를 두고 ‘포스트 윌리엄스 자매’의 선두 주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스티븐스는 그해 윔블던에서도 8강에 진출하며 세계 11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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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에서 4차례 우승을 차지한 그는 지난해 8월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마친 뒤 왼발 피로골절 진단을 받은 것. 최근 스티븐슨의 세계랭킹이 900위 밖으로 밀린 건 수술과 재활로 11개월 가까이 코트에 서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7월 윔블던에서 복귀전을 치렀으나 1회전에서 탈락한 그는 두 번째 대회인 WTA 투어 시티오픈에서도 1회전에서 짐을 쌌다. 하지만 이후 출전한 두 차례 투어 대회에서 연속으로 4강에 오르며 차츰 경기력을 회복했고 복귀 후 5번째 출전 대회인 US오픈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과 무려 370만달러(약 41억8,000만원)의 상금을 손에 쥐는 ‘잭폿’을 터뜨렸다. 세계랭킹도 20위 안팎으로 오를 전망이다.

세계랭킹 83위로 이번 대회에 나선 스티븐스는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두 번째로 US오픈 여자단식에서 시드를 배정받지 못한 채 우승한 선수가 됐다. 첫 사례는 2009년 출산 후 복귀한 킴 클레이스터르스(벨기에)가 시드는 물론 세계 랭킹도 없는 상황에서 우승한 것이다. 시드는 상위 선수들이 대회 초반에 맞대결을 벌이지 않도록 1번부터 32번까지 부여하는 번호를 말한다. 이와 함께 스티븐스는 1975년 세계랭킹 산정이 시작된 이후 네 번째로 낮은 순위 선수의 메이저대회 여자단식 우승자로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윌리엄스 자매 이외 미국 선수의 US오픈 여자단식 우승은 1998년 린지 대븐포트 이후 19년 만이다.

이날 나란히 생애 첫 메이저 결승 무대를 밟은 두 선수의 승부는 실책에서 갈렸다. 실책을 6개로 묶은 스티븐스는 30개나 범한 키스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1세트를 게임스코어 6대3으로 따낸 스티븐스는 2세트에서는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키스를 돌려세웠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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