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르는 김명수(사진) 대법원장 후보자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 가능성을 열어두며 민주적 사법부 만들기에 무게를 실었다. 진보 법관의 대표격인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무사히 넘기고 취임하면 사법 개혁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청문회 사전 서면답변서를 통해 사법 개혁에 대한 의지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그는 “사법행정은 대법원장이 정점에서 하향식 행정을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세대의 의견을 골고루 반영해 민주적이면서도 재판 중심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이 되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 여부와 방법에 대해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 내에서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개혁 성향 법관의 명단을 만들어 동향을 관리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사법부 블랙리스트 논란이 일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임명한 진상조사위원회는 블랙리스트가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진보 성향 판사들은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또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이원화가 법원의 재판 역량을 높여준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이원화가 정착되면 자연스러운 결과로서 고등법원 부장판사 전보 인사는 축소·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법과 고법을 평등·이원화하자는 일부 법관의 주장과도 닿아있다. 법관의 꽃으로 불리는 고법 부장을 없애 지법-고법-대법원으로 이어지는 사법부의 피라미드 중앙집권 구조를 탈피하면서 법관 독립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법관 대표 96명이 모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1일 3차 회의에서 고법 부장 폐지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김 후보자는 “대법원장의 인사 권한을 견제하고 보완하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법관인사위원회·대법관회의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각급 법원이 사법행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논의를 모아보겠다”고 답변했다. 다만 그는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가 도입을 제안한 사법평의회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고 재판을 정치화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사법평의회는 판사회의가 선출한 위원 6명과 국회·대통령이 선출·지명한 10명으로 구성돼 사법행정에 참여하는 기구다.
야권은 12일부터 열리는 청문회에서 이 같은 개혁 구상을 검증하며 김 후보자의 ‘좌편향’ 논란을 제기해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13일에는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외치며 금식 투쟁하고 “재판은 정치라고 불러도 좋고 대법원 해석의 추종·복제는 없어야 한다”는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킨 오현석 인천지법 판사가 청문회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