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다음 창업자의 공정위원장에 대한 작심 비판은 표면적으로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성과를 폄하하는 관료 집단에 대한 불만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아날로그식 관치’에 대한 비판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네이버의 대기업집단 지정 관련 논란 이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공정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ICT 업체들은 지난 3일 공정위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전 이사회 회장을 ‘총수’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 IT 업체 관계자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IT 업체라도 해외에서의 투자 유치가 필수인데 이해진 창업자의 총수 지정은 네이버에 순환출자 등의 부정적 인식을 덧씌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의 사례를 거론하며 총수 지정이 투자 유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하지만 제조업처럼 확실한 캐시카우가 있는 업체와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업체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즉 공정위가 국내 IT 업계의 특수성을 감안한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일반 제조 대기업들의 지배구조와 경영활동을 기준으로 한 획일적 잣대만 고집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이 창업자가 페이스북에 작심 발언을 한 시간이 오전1시30분이라는 점에서도 나름대로 이와 관련한 상당한 울분과 답답함이 엿보인다.
이 창업자는 네이버의 대기업집단 지정 문제가 이슈였던 지난달 하순 본인의 페이스북에 “지배구조를 자신의 이익에 반대되지만 회사의 지속성에 도움이 되게 바꾸는 경우는 아주 소수에 의해서만 진행됐으며 네이버는 대기업으로 키워낸 거의 유일한 사례”라며 “네이버같이 투명한 회사를 만들면 대기업집단으로 별도 지정을 하지 않는 것이 다른 벤처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을 지속적인 지배구조개선으로 이끌어낼 좋은 메시지일 것”이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 전 의장은 3월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 자리를 옮긴 후 인공지능(AI) 연구소인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을 인수하고 지난주에는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이노비즈 테크놀로지스’에 지분투자를 단행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총수 지정으로 이 전 의장이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공정위 관련 이슈를 설명해야 함은 물론 네이버의 이미지에도 어느 정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 GIO 활동에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