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이젠 기저귀도 못 믿겠다” … 해외 브랜드 매출 200% ↑

문제점 발견되지 않았지만

기저귀에도 ‘생리대 포비아’ 영향

외국산 제품 ‘묻지마 수요’ 급증





# 이제 갓 돌을 맞은 아이를 키우는 가정주부 정 모(31)씨는 최근 한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독일산 ‘킨도(사진)’ 기저귀 한 박스를 급하게 주문했다.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저귀도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기존에 쓰던 유한킴벌리 ‘하기스’ 제품이 뜯지도 않은 채 2팩 이상 남았고, 가격도 킨도가 더 비쌌지만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정 씨는 “생리대는 성인이 한 달에 한 번 사용하지만 기저귀는 아기들이 24시간 사용하는 만큼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주변의 다른 엄마들도 해외 제품으로 다 바꾸는 분위기”라고 브랜드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에 기저귀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값비싼 해외 프리미엄 제품들에 대한 ‘묻지마’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분위기다.

티몬에 따르면 생리대 이슈가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9월 6일까지 국산 기저귀 제품 매출은 지난 7월 20일~8월 6일과 비교해 고작 2% 상승한 반면 해외 프리미엄 기저귀 매출은 최대 200% 이상 상승했다.

브랜드별로는 해외 브랜드 판매량의 68%를 점유한 독일의 킨도 기저귀 매출이 47% 증가했고, 미국 친환경제품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세븐스제너레이션 기저귀의 경우 매출 신장률이 무려 255%에 달했다. 일본 메리즈 기저귀와 덴마크의 밤보네이쳐도 각각 123%, 88%씩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임석훈 티몬 리빙본부장은 “최근 생리대·기저귀 등에 대한 안정성 우려가 더해지면서 검증된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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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저귀는 생리대와 닮은 제품이기는 하지만 아직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생리대에서 비롯된 공포심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아이를 둔 주부 사이에서는 ‘해당 회사에서 제조한 기저귀도 일단 쓰지 말자’는 심리가 강하게 확산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 ‘맘스홀릭베이비’ 등 각종 육아 관련 카페에는 하기스 등 기존에 사놓은 제품을 중고로 팔겠다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그나마 비싸더라도 해외 제품은 안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심리가 그 자리를 채우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저귀의 경우 아직 검사조차 안 된 데다 해외 제품이라고 국산보다 더 낫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해외 제품 신봉이 답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2월 프랑스에서는 글로벌 생활용품 제조사인 P&G 기저귀 ‘팸퍼스’에서 살충제 성분인 다이옥신이 검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최근 면·유기농 생리대, 생리컵 등 기존 생리대 대체품 수요가 폭등한 데 이어 이제 그 불길이 기저귀로까지 옮겨붙는 분위기”라며 “보건당국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품 검사 결과를 내놓아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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