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첫 모바일 오투오(O2O·오프라인기반 온라인 서비스) 기업의 상장을 계기로 오투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배달의민족, 직방처럼 실적이나 성장성에 비해 몸값이 과도하게 높게 평가됐다는 지적을 받는 기업들의 거품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헬스케어 오투오 기업 ‘케어랩스’가 올해 말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예정이다. 케어랩스 상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직 공모가 책정은 안됐지만 자체 평가 결과 약 1,500억~2,000억원 정도의 기업가치를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기업설명회(IR)와 기관 수요예측의 평가 과정을 거치면 기업가치는 이보다 적은 기업가치로 정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케어랩스는 성장 산업인 헬스케어 분야의 선두 오투오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올해 상반기에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세와 이익 규모가 높다. 올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184억원, 34억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1,500억원을 가정하면 올해 예상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 수준이다.
장외 오투오 기업이 처음으로 사장하면 생소한 오투오 기업가치에 대한 벤치마크가 세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투오 기업은 지금까지 장외에선 통일된 기준 없이 개별적으로 기업가치가 계산됐다. 가치 평가를 두고 거품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이유다. 오투오 기업은 속한 산업군이 각기 달라도 비즈니스모델은 거의 유사하다. 케어랩스가 상장 과정에 몸값이 정해지면 IPO를 준비하는 장외 오투오 기업의 적정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현재 각 산업 내 오투오 선두기업의 기업가치는 일관된 기준 없이 각기 따로 논다. 주로 투자를 받거나 주권을 매매할 때 자의적으로 가치를 측정했다. 음식 배달 오투오 기업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기준 기업가치를 3,500억원 규모로 평가받았다. 중국계 사모펀드에 570억원 투자를 받으며 산정한 가치다. 부동산 오투오 기업 ‘직방’도 올 초 기준 3,000억원 가량으로 몸값이 정해졌다. 숙박 오투오 기업 ‘야놀자’는 스카이레이크PEF로부터 기업가치 6,000억원 기준으로 투자를 받았다.
장외 오투오 기업들의 실적과 산업 내 경쟁 강도를 두고 평가하면 자의적으로 평가한 기업가치는 과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배달의민족은 배달통·요기요 등 기존 경쟁업체와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대형 인터넷기업까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실적 성장세와 이익 규모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849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25억원에 그쳤고, 성장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실적과 기업가치로 산정한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30배나 된다. 지난 8월 기준 코스닥 평균 PER(18배)과 차이가 크다. 직방도 유력한 경쟁자 ‘다방’ 외에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기업과 치킨게임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익은 275억원, 10억원으로 인터넷 비즈니스 치고는 낮은 이익률을 보였다. 직방의 PER 역시 198배 수준으로 코스닥 평균에 10배가 넘는다. 숙박앱 시장도 경쟁이 치열한데 선두 업체 야놀자는 지난해 6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실적에 비해 긍정적으로 평가된 이들 오투오 기업의 몸값은 케어랩스의 상장으로 재평가될 것이란 전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오투오 산업이 개화하면서 기업가치 논란이 많았지만 통일된 기준이 없어서 모두 모호한 평가를 받았다”며 “하지만 케어랩스가 상장하면서 그 기준이 선명하게 세워진다면 상장을 준비 중인 장외 오투오 기업들의 거품 여부도 확인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