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은 예견된 결과다

또 한 번의 인사 참사가 벌어졌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국회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출석의원 293명의 절반인 147명의 찬성표를 얻어야 했지만 145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반면 반대는 145명, 기권과 무효도 각각 1명과 2명이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은 물론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설득에도 실패한 결과다. 이번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켜 8개월째 계속돼온 헌재 공백을 해소하고 국정운영에 탄력을 얻으려던 문재인 정부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예견된 참사였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높은 지지율을 내세워 무리한 인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사 때마다 전문성 부족, 논문 중복게재, 음주운전,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투자 등 의혹이 쏟아졌지만 오직 정면돌파만 있었다. 장관과 헌법재판관 등 5번의 낙마는 그 결과였다. 인사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그뿐이다. 김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이념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반발했지만 설득은커녕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답했다. 오죽했으면 야당에서 ‘지지율 독재’라는 표현까지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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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과정이다. 지지율만 믿고 밀어붙인다면 참극을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이번 김 후보자 동의안 불발이 여실히 보여줬다. 더구나 지금 국회는 여소야대다. 정부와 여당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하지 않으면 또 다른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은 헌재소장 공백 상태가 계속되기를 바라지도, 국정이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정부와 여당이 합리적인 인사를 내세워 야당을 설득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만이 인사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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