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다중트랩 '단호한 한국' 보일 때다] 이스라엘 결기+印 외교전략...4대 원칙으로 핵개발 명분 세워야

美 양해 얻고 日과 보조 맞춰 핵 개발 리스크 분산

전략물자 비축 확대로 NPT 등 제재 대비 필요

북한의 6차 핵실험 성공을 자축하는 군민 경축대회가 각 시·군에서 열렸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북한의 6차 핵실험 성공을 자축하는 군민 경축대회가 각 시·군에서 열렸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지난 1948년 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미국·유럽 등에 흩어져 있던 유태인 물리학자 등 과학자들이 건국을 준비 중인 이스라엘로 모여들었다. 다비드 벤구리온 총리의 러브콜에 응한 결과다. 벤구리온 총리는 로버트 오펜하이머 같은 독일 과학자들이 미국에서 원자폭탄을 만든 것을 보고 유태인 과학자들로도 이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핵개발에 시동을 건 이스라엘은 핵시설을 건립한 지 약 10년 만인 1966년 첫 핵무기를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도 벤구리온 총리처럼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 군 당국자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실시 이후 미국 내에서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 전술핵이 들어온다고 해도 우리가 독자 운용하지 못한 채 미국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군이 유사시 독자적으로 전술적인 ‘결심-타격’을 단행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야 북한이 심리적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독자 핵개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일본과 핵개발 발맞춰 리스크 분산=물론 우리나라가 이스라엘과 같은 핵개발 절차를 그대로 따라 하기는 불가능하다. 이스라엘과 달리 우리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돼 있다. 물론 NPT 가입국이라도 비상사태로 위태로울 때 자위적 차원에서 탈퇴할 수 있지만 이는 조약상의 조항일 뿐 다른 협정국들이 인정하지 않을 경우 NPT에서 탈퇴했던 북한처럼 강력한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또 우리나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정기적인 핵시설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처럼 몰래 핵물질을 빼내 핵무기를 보유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스라엘처럼 결단하되 인도와 같은 외교적 전략으로 추진해 경제 제재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게 핵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도는 1950년대 초부터 핵을 개발했으나 미국의 은근한 지원 속에 약 2년 미만의 경제제재만 받고 말았다. 한국은 인도처럼 미국과 교감하며 핵 자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최강대국인 미국이 용인하면 사실상 국제사회도 제재를 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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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국은 최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에서 보듯 독자적으로 우리나라에 강력한 경제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일본과 핵개발을 공동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두 나라가 전 세계 교역량에서 갖는 비중을 감안할 때 중국도 한일 두 나라와 교역을 끊거나 줄이면 엄청난 경제적 내상을 입기 때문이다. 어차피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일본도 도미노식으로 핵개발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일본을 말릴 수 없다면 공조해 외교적·경제적 위험을 분담하자는 뜻이다.

◇4대 핵개발 원칙으로 명분 세워야=이때 4대 원칙으로 국제적 비난을 최소화하면서 정치적·외교적 압박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핵무장의 자위성, 한시성, 비확산성, 투명성이다. 한국의 핵 무장은 오로지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성격이며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우리나라도 함께 핵을 없애는 한시적 성격의 핵개발이라는 의미다. 또 한국 핵기술이 불량국가 등에 흘러가지 않도록 철저히 통제하는 한편 핵개발로 인한 환경오염 등을 막고 주변국에 피해가 없도록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외교 당국자는 “오로지 북한을 향한 자위적 성격의 핵무기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개발한 핵의 투발수단이나 위력 등을 제한하겠다고 천명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전했다.

◇경제적 컨틴전시플랜도 함께 가야=다만 이 같은 다양한 방안에도 짧게는 수개월의 경제적 압박을 감수할 각오가 있어야 핵을 개발할 수 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해당 기간 우리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컨틴전시플랜도 함께 준비해야 핵 자주권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외환보유액 확충, 핵개발을 공동으로 하는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전략물자 등의 비축량 확대, 중국 등 투자자산의 사전 헤징 및 현지 진출기업 보호수단 마련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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