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호타이어 매각에 정통한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KDB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안 내용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금호타이어는 이날 산은에 유상증자 2,000억원, 대우건설 지분(4.4%) 매각 1,300억원, 중국 공장 합작 또는 매각, 기존 차입금 상환 유예 요청 등을 골자로 한 내용의 자구안을 제출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금호타이어 유상증자 및 중국 공장 매각에 실패할 경우 박삼구 회장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이다.
채권단이 박탈할 수 있는 기업 경영권과 달리 우선매수권은 박 회장의 고유 권한이다. 우선매수권은 채권단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가 경영 활동에 매진하고 회사를 조기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제시하는 일종의 혜택이다. 2010년부터 4년간 진행된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과정에서 박 회장이 1,130억원의 사재를 내놓고 강도 높은 노력을 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사실상 모든 것을 건 셈”이라고 분석했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카드까지 꺼낸 이유는 자구안에 진정성을 담기 위함이다. 금호타이어는 이번 자구안을 통해 최대 7,3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 공장을 매각(3,000억~4,000억원)하더라도 현지 은행 빚(3,160억원)을 갚아야 하는 등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당장 발등의 불인 1조3,000억원의 채무를 해결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다.
문제는 더 이상 금호타이어가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인력 구조조정은 근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고 임금 삭감도 장기간 워크아웃으로 진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제시한 자구안이 최대치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박 회장이 예상보다 강한 내용의 자구안을 내면서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회장이 진정성을 보인 만큼 산은이 앞서 엄포했던 경영권 박탈과 자율협약 및 워크아웃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또 채권단에 의한 경영진 해임 사태로 촉발된 금호그룹과 채권단 간 갈등도 누그러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타이어 매각과 구조조정 성공 여부는 박 회장과 채권단에게로 넘어가게 됐다. 업계는 금호타이어 정상화라는 명제를 두고 이제는 산은이 나서야 할 차례라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규 자금 지원이나 이달 말 만기도래하는 채권(1조3,000억원) 연장 등으로 응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계획을 성실히 준비한 만큼 채권단이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호타이어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와의 매각은 최종 결렬됐다. 더블스타는 채권단에 주식매매계약서(SPA) 해제 합의서를 보내왔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채권단과 더블스타 간 맺은 SPA는 백지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