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기자의 눈] 이사장 공모 투명성 ‘뒷북’ 친 거래소

박성규 증권부 기자





“한국거래소가 통합 출범한 후 13년 동안, 이사장 선임과 관련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사장 후보자 수 등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직 위원장으로는 처음으로 이사장에 지원한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당사자에게는 적어도 일정과 서류심사 결과를 통보해준다는 사실에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출마를 결심했다는 그의 발언은 ‘깜깜이’로 이뤄지는 거래소 이사장 선정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비공개.’ 2,000여개가 넘는 상장기업을 관리·감독하는 권한을 가진 거래소가 지난 13년간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지켜온 원칙이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이사장 모집공고를 내고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후보자를 정하는 것 외에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없다. 이사장 공모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서류심사가 마무리되기 전부터 유력 후보가 내정설이 돌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거래소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는 회사의 성격과 큰 상관이 없다. 더욱이 상장기업들의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의 첨병 역할을 하는 거래소의 성격을 감안하면 이사장 선임 과정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두 가지 원칙을 무시할 만한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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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가 늦게나마 이사장 서류심사 일정과 이사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일정을 공개하며 이사장 후보 선정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반길 만하다. 거래소는 이사장 후보 인재풀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접수를 받겠다며 내부 방침을 변경하기도 했다. 이사장 내정설과 졸속 추진이라는 내외부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전히 지원자의 동의가 있으면 이사장 후보 지원현황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밝혀 깜깜이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짙다. 사실상 전과 달라진 것은 일정을 공개했다는 것뿐이다.

지원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어떤 인물이 이사장에 지원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내외부 비판을 잠시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투명성과 공정성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상장사에 지배구조를 모범 수준으로 관리하라고 말하는 거래소부터 변해야 한다. 올 초 이뤄진 회장 선거에서 후보와 절차 등을 공개한 신한금융지주의 사례를 참고해도 된다. 이사장 인사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은 거래소에는 악재다. 시장의 악재는 주가를 떨어뜨리고 호재는 상승시킨다. 간단한 이치다. 거래소가 상장기업이라고 생각하면 변화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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