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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슬리피, "가벼워진 이미지와 음악, 더이상 물러설 곳 없었죠"

매 시즌마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Mnet 예능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벌써 여섯 번째가 된 이번 시즌에서도 넉살, 면도 등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래퍼부터 우원재, 조우찬이라는 기대되는 신예까지 많은 참가자들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사진=조은정 기자/사진=조은정 기자


MBC ‘진짜 사나이’에서 ‘슬좀비’라는 별명을 얻는 등 각종 예능에서 활약한 슬리피 역시 이번 시즌에 참가하면서 가수로서의 전환점을 맞았다. 혹시라도 경연 중에 안 좋은 이미지로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자칫 전 국민의 놀림거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참가를 놓고 이런저런 고민들이 있었지만 슬리피는 과감히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더 이상은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현실적으로 제 위치를 느꼈어요. 음악적으로 대중들이나 힙합 마니아층에게 모두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예능을 하면서 이미지가 조금은 가벼워지고, 그로 인해 제 음악까지 가볍게 평가되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싶었어요. 사실 제가 20대였다면 또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저에게는 시간이 없다는 압박감이 찾아오더라고요. 지금이 그런 제 자신에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그의 말처럼, 예능이라는 창구는 슬리피에게는 양날의 검과도 같았다. 얻는 것이 있다면 그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도 분명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가수로서의 평가절하다. 하지만 슬리피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가수로서의 자신의 입지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더 이상 갈 데가 없었어요. 냉정하게 팬도 없었고, 앨범도 잘 안됐으니까요. 군대에서 선임들이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제 노래를 많이 들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만큼 저희가 오래됐고, 시간이 갈수록 히트곡을 내지 못했다는 이야기기도 해요. 완전히 잊혀진 거죠. 사실 처음에 ‘진짜사나이’ 미팅 제의가 왔을 때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요즘은 예능을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예능으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것도 정말 기적 같은 일이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전 정말 운이 좋았죠”

하지만 ‘쇼미더머니6’ 1차 예선 장면이 전파를 탄 후, 슬리피의 합격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하지만, 이는 편집으로 인한 오해도 있었다. 당시 슬리피는 총 세 곡을 선보였지만, 가사를 틀렸던 한 곡만 집중적으로 방송에 나갔다고.

“처음 곡을 잘 했는데, 한 곡을 더 들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순간 당황이 됐죠. 고민 끝에 두 번째 곡을 했는데 입에 붙지도 않았고 방송에서 한 적도 없다보니 하다가 까먹었어요. 다들 저만 쳐다보고 있어서 더 긴장도 됐고요. 결국 그 상태로 합격을 줄 수는 없으니까 하나를 더 들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총 세 곡을 불렀는데 방송에는 다 나오지 않았어요. 저는 어느 정도의 제 분량을 챙겼다는 걸로 좋게 생각했어요. 대신 2차 때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사진=조은정 기자/사진=조은정 기자


슬리피는 대형 힙합 크루 지기펠라즈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같은 지기펠라즈 출신이었던 바스코나 베이식 등이 ‘쇼미더머니’에서 활약하는 모습이 그의 이번 시즌 출전에 더 힘을 싣지는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슬리피는 방송을 보면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들의 활약이 자신의 일처럼 기뻤다고 전한다.


“다들 저와 같이 5~6년 동안 돈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공연하던 친구들이거든요. 그 친구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고 음악으로 인정을 받고, 그리고 또 그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된 게 정말 좋았죠.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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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언터쳐블이 2015년에 발표한 ‘그냥 가’라는 노래 가사 속에 ‘너네들은 쇼미더 머니에 감사해라’라는 대목이 있다. 물론 프로그램의 순기능에 대한 의중이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이번에는 슬리피가 ‘쇼미더머니’에 감사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물론, 아직까지도 성적에 대해서는 아쉬움 아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팀 선택 싸이퍼의 대진운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그 이상의 단계까지 진출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죽음의 조’라는 타이틀답게 우승 후보가 모두 모인 팀에서 슬리피는 아쉽게 탈락했다.

“마지막 방송하고 회식 할 때도 다이나믹 듀오 형들이 정말 아깝게 떨어졌다라는 말을 해주는데 저도 굉장히 아쉽더라고요. 2차까지만 올라가도 제 목표는 달성한 거였지만, 그래도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 단계만 넘으면 제가 참여한 곡이 음원으로도 발매되는 상황이었고요”

슬리피가 이 방송을 통해 우원재와 우디고 차일드라는 좋은 래퍼를 발견했다면, 누군가에게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래퍼 슬리피 혹은 언터쳐블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된 계기가 되었을지 모른다. 슬리피에게도 자신의 본업인 래퍼로서 열정을 쏟을 수 있었던 지난 몇 달이 굉장히 행복했다고 전한다.

“제가 요즘 기분이 좋아요. 예전에는 너무 재밌어요, 너무 웃겼어요, 왜 이렇게 힘이 약해요. 이런 예능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셨는데 요즘에는 저를 보고 ‘쇼미더머니’ 잘 봤어요, 랩 잘 들었어요라고 이야기를 해주시거든요. 물론 예능에서 잘 봤다고 말씀해주셨다고 해주시는 것도 정말 좋지만 제 본업인 가수로서의 피드백을 들으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쇼미더머니’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결과는 아니지만, 제 노래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조금 더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의미가 있어요”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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