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결국 매각 결정을 내린 것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누적적자에 시달리는 가운데 탈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롯데제과(004990)와 롯데칠성(005300)도 인력 및 사업 축소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우선 롯데그룹은 당초 다음달 열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분위기를 보고 매각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2차 수혈자금 소진 기한이 점점 다가오는데도 정부의 해결 의지가 눈에 띄지 않자 조기 매각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 사업을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매각을 고려했는데 조금 일찍 준비하기로 했다”며 “전 점포를 매각하는 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롯데마트는 현재 중국 내 112개 점포(롯데슈퍼 13곳 포함) 가운데 74곳이 영업정지 상태이고 13곳은 임시휴업 중이다. 그나마 영업 중인 12개 점포의 매출도 중국인들의 불매운동으로 80%나 급감했다.
롯데마트는 영업 재개 시점이 올 것을 대비해 지금까지 수익도 없이 임대료는 물론 직원 임금의 70~80%를 지급해왔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3,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긴급 수혈했고 지난달 말에는 3,400억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중간중간 점포를 정리하고 싶어도 혹여 다른 계열사의 중국 영업에 피해를 줄까 계속 참아왔다.
현재까지 롯데마트의 피해금액은 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올해 말까지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그 규모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차 자금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부터 인수 대상을 찾지 않으면 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연말까지 뾰족한 수가 생기지 않는 한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7,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과 중국 현지 정착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을 한순간에 허공에 날리게 된다.
롯데마트가 만약 모든 점포를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한때 ‘차이나 드림’을 꿈꿨던 중국 내 국내 대형마트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된다. 중국에서 현재 6개 점포를 남겨둔 이마트(139480) 역시 연내 모든 점포를 철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에 제품을 납품해온 중국 내 롯데제과와 롯데칠성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지 영업환경이 너무 안 좋아져 제과와 칠성도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유통업체 고위관계자는 “롯데마트 건은 정부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으로 애꿎은 기업만 피해를 뒤집어쓴 대표적 사례”라며 “정부가 사드 보복에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으면 대중국 사업은 다 죽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