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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한국에 기여할 용의"…기술고문으로 월드컵 16강 도울까

'감독설' 8일만에 유럽서 기자회견

"3개월 전에 한국 지휘 의사 전달"

축구협회 주장과 달라 논란 예상

협회 "조언할 사항 있으면 요청"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14일(한국시간) 한국 언론사 유럽 특파원 대상 기자회견에서 환하게 웃으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여러 여건으로 봐서 축구팀 감독으로서 지난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도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14일(한국시간) 한국 언론사 유럽 특파원 대상 기자회견에서 환하게 웃으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여러 여건으로 봐서 축구팀 감독으로서 지난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도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어떤 형태로든.”

14일(한국시간) 긴급 기자회견에 나선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가 말한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국내 언론사 유럽 특파원들을 모아 진행한 회견에서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축구협회와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고 전제하며 “한국 국민이 원하고 필요로 한다면 한국 축구를 위해서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히딩크가 다시 한국 대표팀을 맡고 싶어한다는 얘기는 지난 6일 국내 히딩크재단 측의 말을 인용한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에 축구협회는 신태용 감독의 계약기간이 내년 6월 러시아 월드컵까지임을 강조하며 히딩크 감독이 선임될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김호곤 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7일 히딩크 감독 복귀설에 “불쾌하고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지금 시점에서 한국 대표팀 감독 제의를 하실 분이 아니다. 신 감독을 전폭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금 시점’이란 한국 축구가 고전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낸 시점을 말한다. 한국은 6일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인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0대0으로 비겼지만 같은 시각 시리아가 이란을 이기지 못하면서 조 2위로 본선행에 성공했다. 선수단에 힘을 실어줘도 모자랄 시점에 신 감독과 축구협회 흔들기로 해석돼 불쾌하다는 얘기다. 최종 예선 2경기를 남기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됐을 때가 아닌, 본선에 올라가고 나서야 이런 얘기가 나왔다는 데 대한 서운함도 있다. 그러나 히딩크는 이날 한국 대표팀 지휘 의사를 이미 3개월 전에 축구협회 인사에게 전달했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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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는 6일 이후 축구협회의 반응과 국내 여론을 직접적으로나 또는 재단 측으로부터 모두 전해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이라는 얘기는 감독이든 기술고문이든 한국 측의 공식 요청이 있다면 곧바로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 감독의 선임에 대해 “축구협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한 것을 보면 기술고문 정도의 역할을 원하는 것으로 좁혀진다. 실제로 히딩크는 “현재로서는 자문을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둘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 때 미국 폭스TV 해설자를 맡을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6일 첫 보도 이후 히딩크를 감독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한데다 이날은 협회 전·현직 임직원의 공금 유용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 내용을 확인한 협회는 “기술위, 신태용 감독과 협의해 조언을 구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지휘한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6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임시 사령탑을 그만둔 뒤로는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 대표팀과 중국 프로축구 등의 러브콜을 모두 거절했다. 히딩크는 “2002년 월드컵 이후 언제나 한국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2002년의 아름답고 가치 있는 기억들을 결코 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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