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기부왕' 게이츠 부부 "대외원조, 세계 위한 장기투자"

대외원조 예산 축소 움직임에

"관용은 미국 최고의 수출품

세계 평화위해 투자가치 충분"

WSJ 기고문서 필요성 역설



자선재단인 게이츠재단을 운영하는 빌 게이츠(오른쪽)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그의 아내 멀린다 게이츠./블룸버그통신

“관용은 우리의 최고 수출품입니다. 수백만 명의 삶과 생계는 미국의 대외원조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달려 있습니다. (중략) 미국인들은 정부가 더 안전하고 건강하고 더 번영한 세계에 전략적 투자를 계속하는 것을 원할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세계 최고의 갑부이자 기부왕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그의 부인 멀린다 게이츠와 함께 1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가난한 나라에 대한 원조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장문의 글을 기고했다.

이들 부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간 예산의 1% 미만을 사용하는 대외원조 자금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자 기명 칼럼에서 안전하고 발전하는 세계를 위해 선진국인 미국의 장기적인 투자, 즉 대외원조가 필수적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부 산하기관으로 대외원조 업무를 전문으로 수행하는 국제개발처(USAID)를 통폐합하는 방안을 포함해 대외원조 예산을 기존의 70% 수준으로 삭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방안은 상원에서 제동을 걸어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외원조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뿐 아니라 미국에 이어 대외원조 2위 국가인 영국에서도 아프리카나 중동·아시아 빈곤국에 제공해온 원조의 가치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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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게이츠 부부는 “우리 부부는 17년간 전 세계의 질병·빈곤과 싸워왔지만 지금이 가장 우려된다”며 “의회가 대규모 삭감안에 동의할 것 같지는 않지만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는 주요 대외원조 프로그램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가 세운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은 지난 한 해에만 전 세계 보건 사업에 29억달러를 썼지만 이는 정부의 자선활동에 비하면 약소하다”며 “미 정부의 원조는 (민간 등) 다른 기금 제공자가 채울 수 없는 결정적인 간격을 메워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부부는 대외원조가 도덕적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닌 “세계 안전과 번영을 위한 장기적 투자”라는 점에서 되새겨봐야 할 가치가 있다는 점을 거듭 언급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세네갈에서의 가족계획, 인도의 금융접근, 에티오피아의 산모 사망, 페루에서의 아동발달 지연 문제 등이 각국 정부의 대외원조에 힘입어 크게 개선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게이츠 부부는 지난 1994년부터 약 350억달러(40조원) 규모의 주식과 현금을 자신들의 이름을 딴 재단에 기부해왔다. 최근 게이츠는 6월 초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MS 주식 6,400만주(약 5조원어치)를 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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