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문을 연 서울 강남구 ‘래미안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 모델하우스에는 주말 사흘 동안 1만5,000명이 몰렸다. 아파트가 들어설 강남구는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대출 제약이 큰 곳임에도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4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는 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권이라는 입지적 조건에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싼 3.3㎡당 4,160만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를 낮추려는 정부의 시도가 오히려 청약시장을 이른바 ‘로또판’으로 변질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되는 분양권이 수억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서 최근 공급된 단지의 청약 경쟁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에도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될 경우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청약 광풍의 열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분양가 조정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자 청약 열기가 뜨거워지는 반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7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경쟁률이 평균 168대1을 기록한 데 이어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의 특별공급까지 모두 소진되는 결과를 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청약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즉 강남권을 비롯해 입지가 우수한 곳의 집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공고하고 특별한 외부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 아파트시장은 수요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현재로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은 아파트 청약시장”이라면서 “올해 말까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 열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투자솔루션부 수석전문위원은 “새집이 기존 아파트보다 가격이 저렴하니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당첨만 되면 ‘대박’이 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앞으로 매매시장과 분양시장의 간극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수요자들 사이에서도 청약시장은 ‘로또판’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닥터아파트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자(1,206명) 10명 중 4명가량이 분양가상한제 확대로 ‘청약시장의 로또화’가 될 것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정부는 분양권을 통한 시세 차익이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금 부자’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분양가 조정을 받는 지역은 강남권이 중심인데 이 지역은 금융규제가 강화되면서 청약을 넣을 수 있는 수요자가 자산가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실수요자라는 개념이 모호하지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강남에서 분양받을 수 있는 수요자들은 자산가 중심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완기·한동훈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