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박성진 사퇴' 인사시스템 바로잡는 기회로 삼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결국 자진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지 22일 만이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보고서를 채택한 후 이틀 만이다. 박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청문회를 통해 이념과 검증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전문성 부족을 명분으로 부적절 채택을 한 국회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서운함을 나타내면서도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역사관과 종교관에 전문성 부족, 여기에 부동산 다운계약서, 주식 무상 증여 등의 의혹까지 터져 나오며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까지 ‘부적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 게 당연하다. 오죽하면 “인사청문회를 하기 전부터 부적격”이라는 비판이 나왔을까. 게다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후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만큼은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절박함까지 가세하며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 박 후보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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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퇴로 현 정부 들어 낙마한 장관 후보자가 벌써 7명이다. 최악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첫 내각 인사 때도 6명이었다. ‘인사 참사’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박 후보자의 경우 역사관과 종교관은 개인 신념의 문제라고 치더라도 다운계약서나 주식 무상 증여 등의 문제는 전례가 있었던 만큼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다. 청와대가 구멍 뚫린 인사검증 시스템을 방치해 참극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박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 “인사 문제가 길어져 국민들이 걱정하는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후 “인사추천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인사 시스템을 보완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참에 추천을 잘못하고 검증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 청와대 인사 라인의 교체도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한때 80%를 웃돌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대까지 떨어진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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