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유엔총회 참석차 3박 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으로 향하면서 현지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에 따라 앞으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한반도 위기 해결 정책에도 상당한 기조 변화가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북핵 해법 원칙으로 내놓았던 ‘대화와 제재·압박 병행’ 기조를 다소 조정해 ‘제재·압박 강화’ 쪽으로 방향을 틀어가고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과 21일 각각 뉴욕에서 열릴 유엔 총회 개막식과 한미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통과시킨 새 대북제재 결의안의 철저한 이행을 국제사회에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 전략자산의 국내 배치 문제, 국군 국방력 강화를 위한 첨단무기 도입, 한미공조 강화 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文-트럼프-아베 ‘뉴욕 성명’ 주목=이번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21일 예정된 한미일 오찬 정상회담이다. 회담 후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아베 신조 총리가 공동성명이나 언론발표문을 낼 경우 어느 만큼의 강도로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탄도미사일 도발로 미국과 일본을 위협해 상황이 지난 6월의 한미 정상회담 당시보다 한층 엄중해졌다”며 “이번 뉴욕 3자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핵을 앞세운 군사적 모험주의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앞서 16일 보도된 독일 주간지 슈피겔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는다면 (한국·미국 등과) 협상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올바른 길을 택하지 않을 경우 스스로 초래한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더 이상 도울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당부하는 메시지가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나올 수도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고강도 메시지를 던지되 평화적 해법의 필요성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실장도 슈피겔 인터뷰에서 “한미일은 2차 한국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도 그런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막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경제 IR 세일즈 “코리아 리스크 없다”=북핵 리스크에 대한 우리 정부의 국제적 대응은 외교안보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 일정 중인 20일 기획재정부가 현지에서 주최하는 국가 투자설명회(IR) 행사인 ‘뉴욕 경제·금융인 대화’가 열린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도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일시적인 지정학적 위험에 출렁일 정도로 취약하지 않아 한국에 투자해달라는 메시지가 뉴욕 IR를 통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반기업 정서를 갖고 있다거나 분배에 치중해 경제성장은 소홀히 한다는 오해가 많다”며 “이번 뉴욕 일정이 고용 증대와 내수활성화를 통한 균형 잡힌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문 대통령의 비전을 전 세계 투자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대북정책 공조 균열 사전 차단=대북해법에 대한 큰 틀의 원칙에는 한미일과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에 대한 800만달러의 인도적 지원은 이슈화될 여지가 있다.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와 다소 엇박자를 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유엔 결의안에도 인도적 지원은 제재의 예외적인 사항으로 인정하고 있고 이번 지원금이 다른 용도로 유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모니터링할 수 있음을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정상통화에서 해당 지원 문제를 제기한 바 있어 한미일 정상회담 와중에서 미묘한 온도 차를 일으킬 수도 있다. /뉴욕=민병권기자 이태규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