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강원 강릉 석란정 화재를 진압하다 안타깝게 순직한 고(故) 이영욱(59) 소방위와 고 이호현(27) 소방사를 애도하는 조문과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이 이 사건으로 안타깝게 숨진 두 소방대원을 포함해 화재 진압과 구조 활동을 하다 숨진 소방대원들을 위해 써달라며 3억원을 쾌척했다. LG복지재단도 두 사람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하고 유가족에게는 5,000만원씩 전달하기로 했으며 에쓰오일도 유족에게 위로금을 3,000만원씩 전달하기로 했다.
이 소방위와 이 소방사는 강릉시 강문동에 있는 60년 된 목조 정자인 석란정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 붕괴된 건물 잔해에 매몰돼 순직했다. 당시 두 소방관은 전날 밤 불이 났다 진압된 석란정에서 다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잔불을 잡기 위해 정자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앞선 진화 작업으로 물을 잔뜩 머금은 진흙 지붕이 소리도 없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두 소방관은 10여분 만에 동료들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이 소방위는 정년퇴직을 1년 앞둔 최고참이면서도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 만큼 매사에 솔선수범해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대원이었다. 이 소방사는 소방환경방재학과를 졸업한 후 평소 꿈이었던 소방관으로 임용된 지 8개월 된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두 소방관은 항상 같은 조로 근무하며 아버지와 아들처럼 서로 아끼고 따른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날 에이스침대 산하 재단법인인 에이스경암은 안 이사장 겸 에이스침대 회장이 소방청에 3억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안 이사장은 “이번 강릉 소방대원을 포함해 최근 10년간 화재 진압이나 구조 활동을 하다가 숨진 소방대원이 51명이나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성금을 기탁했다”고 말했다. 앞서 안 이사장은 2010년과 2014년·2016년에도 총 9억원을 소방대원들에게 써달라며 기탁한 바 있다.
LG복지재단은 이 소방위와 이 소방사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하고 유가족에게도 각각 5,000만원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LG 관계자는 “두 소방관은 자신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도 보존 가치가 높은 문화재급 건물을 지키고자 끝까지 임무를 수행하던 중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며 “어렵고 힘든 근무여건에서도 이들이 보여준 투철한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우리 사회가 더 오래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LG 의인상 수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도 두 순직 소방관 유족에게 위로금을 각각 3,000만원씩 전달하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2006년부터 소방청과 함께 ‘소방영웅지킴이’ 프로그램을 시행해 지난 12년간 49명의 순직 소방관 유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했다.
한편 각계 인사의 조문도 이어지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전9시 두 대원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강릉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아 순직 대원들에게 훈장을 추서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김 장관은 “두 분 소방관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에는 제도 개선 등을 확실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전날 오후 분향소를 찾아 깊이 애도하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유엔총회 참석으로 분향소를 찾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에 “고인의 명복을 빌며 천붕(天崩·하늘이 무너짐)과 참척(慘慽·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의 아픔을 겪은 유가족에게 마음을 다해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적었다.
두 소방관의 영결식은 19일 오전10시 강릉시청 대강당에서 강원도청장(葬)으로 열린다. 고인은 영결식 후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된다. /서민우·신희철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