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9시 5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김미화는 현장의 취재진들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 아래 어느 범위까지 고소할지는 고민하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이어 김미화는 “이 전 대통령이 하달하면 국정원이 그것을 실행했고, 방송국에 있는 사장님 들이 그것을 충실하게 지시대로 이행하면 국정원에서 그걸 다시 이 전 대통령에게 일일보고 했다는 것이 이번 국정원 TF 조사에서 나왔지 않느냐”며 “이 전 대통령이 부끄럼 없이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현실이 어이가 없다. 대통령이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사찰하면 어느 국민이 대통령을 믿고 나라를 믿고 활동하겠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김미화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0년 자신의 SNS를 통해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답니다’라고 적으며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KBS는 “김미화가 언급한 이른바 블랙리스트는 KBS에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고 정면 반박하며 김미화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2011년 4월에는 김미화가 2003년부터 진행하던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돌연 하차하게 되면서 외압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 외에도 김미화는 2012년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VIP(대통령)’가 나를 못 마땅해 한다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재임 초기인 2009년 7월 김주성 당시 기획조정실장의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정부 비판 성향의 연예인이 특정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압박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계 인사는 모두 82명이다. 이외수·조정래·진중권 등 문화계(6명), 문성근·명계남·김민선·김여진·문소리·오광록 등 배우(8명), 이창동·박찬욱·봉준호 등 영화감독(52명), 김미화·김구라·김제동 등 방송인(8명), 윤도현·김장훈·고(故) 신해철 등 가수(8명)까지 총 82명이 포함됐다. 검찰은 앞으로도 피해 당사자들을 불러 피해자 조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이에 따라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사들 역시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며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는 각오다.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연예인의 문화 활동에 개입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지만, 행동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일터에서 쫓겨나고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것은 절대 그냥 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주어진 약 9년이라는 돌려받지 못할 시간에 대해서는 그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수 없다. 과연 이번 수사가 어떻게 일단락이 될지, 블랙리스트 인사들의 명예 찾기는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순간이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