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알고 보면

이규리 作

2016A39 수욜




사랑하는 사람이 침묵할 때


그 때의 침묵은 소음이다

그 침묵이 무관심이라 느껴지면

더 괴로운 소음이 된다

집을 통째 흔드는 굴삭기가 내 몸에도 있다

침묵이자 소음인 당신,

소음 속에 오래 있으면

소음도 침묵이란 걸 알게 된다

소음은 투덜대며 지나가고

침묵은 불안하게 스며든다

사랑에게 침묵하지 마라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건너편에서 보면 모든 나무들이 풍경인 걸

관련기사



나무의 이름 때문에 다투지 마라

가섭은 석가가 연꽃을 들어 올리자 홀로 그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한다. 칼라일과 에머슨은 처음 만나서 오랜 시간 호숫가를 거닐며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지만, 헤어질 때 서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인사를 했단다. 옛날 유행했던 시중의 노랫말은 ‘사랑은 눈으로 한대요… 남들이 알지 못하도록 눈으로 말해요’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석가도, 칼라일도, 에머슨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침묵으로 일관했다면 무사하지 못했으리라.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연애시기가 아니라면 생각의 버선목을 뒤집어 말로 보여주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알고 보면 호모 사피엔스는 ‘말로 털 고르기’를 하는 가장 수다스러운 영장류에서 진화했다지 않는가.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