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기업들이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과 근로계약을 맺고 안정적으로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어 주목된다.
고용 불안 속에 생계와 운동을 병행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어려웠던 장애인 스포츠 선수를 위해 부산시와 지역 기업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19일 부산시와 부산시장애인체육회 등에 따르면 지역 향토 기업과 대표 의료기관 등은 지난 6월 부산시와 ‘장애인 스포츠 선수 고용지원 협약’을 맺고 이날까지 29명의 장애인 선수와 고용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장애인체육회가 취업을 원하는 장애인 선수를 발굴해 정보를 제공하고 부산시와 장애인고용공단이 장애인 고용을 희망하는 기업을 찾아내 근로조건을 조율하는 등 장애인 고용을 매칭한 결과다.
협약은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 취업지원 후견인제’ 사업의 하나인 ‘장애인 스포츠 선수 고용지원 사업’의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이 사업은 우수한 장애인 선수의 역외 유출 방지와 선수 육성을 통해 부산의 장애인 체육 발전을 도모하고 기업은 장애인 고용을 통한 지역사회공헌 참여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장애인 선수를 고용한 기업은 봉생병원, 세정, 부산은행, 한창이엔씨, 일창건설, 부산의료원, 삼선병원, 부민병원, 대선주조, 제로웹 등이다. 봉생병원의 경우 역도 5명, 육상 1명, 테니스 1명, 조정 1명 등 총 8명의 선수와 계약을 맺었다.
청각장애 2급인 박희성 장애인 사이클 선수와 고용계약을 맺은 대선주조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선주조는 운동을 하면 급여를 주는 형태가 아닌 일과 병행하는 통합직무 형태로 고용계약을 맺었다.
현재 박 선수는 하루 4시간 대선주조에서 직원으로 근무하고 오후에는 장애인체육회의 일정에 따라 훈련을 하고 있다.
조우현 대선주조 대표는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정당한 보상을 통해 안정적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통합직무 형태의 계약을 맺었다”며 “앞으로도 관계 회사를 통해 장애인 선수에게 안정적인 운동 여건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대병원, 부산도시공사, 삼진어묵, 우리들병원 등도 장애인 선수 12명과 고용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 체육대회에 참여하는 부산 지역 장애인 선수는 600명 정도이고 생활체육인을 포함하면 1,500여명에 이른다.
부산시 관계자는 “우선 장애인 선수 100명을 목표로 고용 지원을 할 계획”이라며 “우수 선수 지원을 통한 인력 풀 확보와 장애인 체육 활성화로 장애인 스포츠 선수 실업팀을 창단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2015년 6월부터 전국 처음으로 민관 협력 모델인 ‘장애인 취업지원 후견인제’를 적극 추진한 결과 CCTV 통합관제요원, 의료 차트 정리 등 다양한 신규 직무를 개발해 2,296명의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재정 일자리와 비교해 연간 300억원(최저임금기준) 정도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