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현대자동차, 수익성 악화에도 포춘 500 순위 올라 SUV·제네시스·미래차에 승부 건다

포춘 세계 500대 기업 78위 현대자동차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세계 500대 기업 순위에서 지난해 보다 6계단 오른 78위에 랭크됐다. 그러나 현대차는 영업이익률이 크게 감소해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차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다양한 SUV 모델 출시와 제네시스 브랜드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래차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팔을 걷어 부쳐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있다.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 중인 제네시스 ‘G80’.프리미엄 시장을 공략 중인 제네시스 ‘G80’.





현대차는 2014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100위에 올라 100대 기업에 턱걸이했다. 그 후 2015년 99위, 2016년 84위를 거쳐 올해엔 78위에 이름을 올렸다. 매년 차근차근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지난해 현대차는 매출액 93조6,49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조1,935억 원으로 전년보다 18.3% 하락했다. 이는 2010년 이후 최저치다. 판매대수도 감소했다. 국내시장에선 전년에 비해 7.8% 감소한 65만 6,526대, 해외시장에선 신흥시장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한 420만 1,40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장기간의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과 러시아, 브라질 등 원유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신흥국들의 경기 침체로 판매 대수가 줄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부진의 이유를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24번의 파업을 겪었다. 이로 인해 생산 차질 14만대, 손해액 3조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어 노조가 1998년 이후 가장 긴 파업을 강행했다. 노조 파업과 신흥국 경기 부진은 물론, 수입차의 내수시장 공세도 거셌다. 한때 50%에 육박했던 현대차의 내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6%로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위기감이 커지면서 현대차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에는 51개 계열사 임원 1,000여 명이 급여의 10%를 자진 삭감했다. 과장급 이상 간부 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기도 했다. 현대차 직원의 임금 동결은 2009년 이후 8년 만의 일이었다.


SUV와 제네시스에 거는 기대

현대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파산위기, 2011년 도요타 대규모 리콜사태와 일본 대지진 충격 속에서 ‘가성비’를 앞세워 빠르게 미·일 자동차 시장을 공략해나갔다. 중국 등 신흥국가와 기타지역에선 현지 투자 확대 등으로 자동차 대중화 현상의 수혜를 재빨리 챙길 수 있었다.

그랬던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가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때는 2014년부터였다. 주요 수출국이었던 신흥국들의 경기가 저유가, 정정불안, 통화가치 급락 등으로 시들해졌던 시기였다. 특히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트렌드인 SUV 비중이 적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현대차는 SUV 확장이 늦어져 미국과 중국 시장 판매가 부진했습니다. SUV는 동급 세단보다 수익성이 10% 가량 높기 때문에 현대차의 중장기 이익성장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라인업이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글로벌 SUV 시장은 지난 2012년 24%에서 올해 34%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현대차는 SUV 확대를 경영의 주요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쌍용 티볼리와 르노삼성의 QM3, GM대우의 트랙스 등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소형 SUV 차량을 경쟁 타깃으로 삼고 있다. 소형 SUV 시장은 2010년 글로벌 판매량이 48만 5,000여 대에서 2016년 463만 7,000여 대로 6년 만에 무려 10배 가까이 커진 시장. 이에 따라 현대차는 최근 ‘코나’를 출시해 소형 SUV 시장에 진입했다. 중국시장의 경우, ‘중국형 쏘렌토’, ‘ix25’·‘KX3’ 등과 현지 공략형 준중형을 앞세워 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준공한 창저우공장 등 현지공장과 내년 완공되는 충칭공장을 통해 중국 전략 모델을 출시, 중국 판매 확대를 꾀할 생각이다. 중국시장 판매차량의 50% 이상이 SUV 차종인 점을 고려해 올해 SUV 라인업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앞세워 프리미엄급 시장도 본격 공략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제네시스 G80을 정식 출시하며 미국 고급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G80은 작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만 7,206대가 판매됐다. 미국 시장에서 G80은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과 함께 미드 럭셔리 레벨에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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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고급차의 최대 격전지다. 제네시스가 브랜드 파워를 더 키워나가야 할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제네시스는 신차 출시를 통해 라인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판매망을 현대차에서 독립하기 위한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우선 제네시스는 새로운 중형 퍼포먼스 세단인 G70을 국내에서 출시(9월 예정)한 후, 내년 초 미국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적어도 라인업 3종은 갖춰야 고급차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안정적인 시장점유율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의 판단이다.

제네시스는 내년 중순께부터 미국에서 독립 판매망을 운영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사전 작업으로 최근 국내에 전담 사업부 조직을 신설했다. 제네시스전략팀으로만 꾸려졌던 기존 조직과 비교하면 전담 조직 규모가 4∼5배 커졌다. 장기적으론 급성장하는 SUV와 전기차 등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는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의 초석을 다졌다”며 “올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SUV·친환경 차종의 라인업 확대와 신규 시장 개척에 만전을 기하고, 제네시스 브랜드 신차인 G70을 출시해 프리미엄 브랜드 성장 기반을 확고히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하락했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지난해 현대차는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하락했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미래를 위한 투자

현대차는 미래 자동차 개발로 최근 판매부진을 극복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수소 전기차 SUV와 코나 전기차를 양산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등 총 31개 차종을 개발하는 ‘클린 모빌리티’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성장은 둔화됐지만, 미래차 시대를 대비한 핵심기술을 최대한 키우는 건 대단히 중요합니다. 단기적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신기술과 수요를 내다보는 신차 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합니다.”

현대차는 미래차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개발 역량과 연구비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2015년 대비 8.3% 늘린 2조3,522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다. 현대차는 현재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외 연구소에서 기술 연구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협업을 통해 미래 기술 연구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목표는 완전 자율주행의 상용화다. 이를 위해 한국과 중국 등에 자체 구축한 빅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커넥티드카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중국 구이저우성에 있는 빅데이터 센터를 본격 가동한다. 연말엔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 ‘바이두’와 협업해 첨단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한 신차를 중국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이 핵심 기술의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월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가전 쇼 ‘CES 아시아 2017’에서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최초 공개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초연결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연결된 이동성’, ‘이동의 자유로움’, ‘친환경 이동성’을 미래 모빌리티 구현을 위한 3대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방향성에 맞춘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수소전기차 콘셉트 카,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실제 구현한 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기술 융·복합의 시대를 맞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주변의 모든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현대차는 친환경적인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와 시장에선 올해 현대차의 실적이 지난해보단 다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이 나온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데다, 지난해보다 신차 출시가 많아 자동차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 이유이다. 게다가 미래 자동차 시장에 대한 대비도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수준에 올라서 있다. 수익성 하락이라는 빨간불을 경고등 삼아 체질 개선에 나선다면, 현대차는 내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 상승은 물론 경영 실적 개선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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