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단독]5% 통큰 관객이 공연 성패 좌우한다

VIP·R석 고집하는 소수가

전체 공연 매출 20% 차지

높은 단가 신규유입 막아

시장 밖 고객 유인 위해선

전략적 할인정책도 필요



#83년생 김현정(34) 씨는 매 분기 한 번 이상 뮤지컬이나 연극,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는 공연 마니아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공연을 즐기는 편이지만 공연 티켓을 예매할 때 김 씨가 지키는 원칙이 하나 있다. 여러 작품을 안 좋은 자리에서 보는 대신 단 한 편을 보더라도 좋은 자리에서 보는 것이다. 김 씨는 “10만원이 훌쩍 넘는 VIP석이나 R석은 여러 번 보려면 부담이 크지만 A석이나 S석도 5만~9만원 수준으로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라며 “기왕 비싼 공연을 볼 바엔 돈을 좀 더 보태 무대 위 배우나 연주자의 표정을 볼 수 있는 자리에서 즐기는 편이 낫다는 생각에 R석이나 VIP석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티켓 가격이 10만원 이상인 VIP·R석을 고수하는 5%의 관객들이 전체 공연 매출의 20%를 지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티켓 가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1~7월 집계한 티켓 매출 447억8,191만원 중 10만원 이상 티켓을 구입한 5.4%(7만5,382명)의 관객이 전체 공연 매출의 20.3%(90만8,637만원)를 올렸다. 상위 5%에 해당하는 통 큰 관객의 결제 건당 객단가는 12만원. 이는 전체 매출의 29.1%(130억1,656만원)를 차지한 3만원 미만 티켓 결제 관객(86만6,600명) 8명의 객단가(1만5,000원)와 맞먹는 규모다.


특히 뮤지컬 공연에서 고가 티켓을 선호하는 관객들이 공연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뮤지컬의 경우 10만원 이상 관람료를 지불한 9.7%의 관객(6만4,952명)이 전체 매출의 26.8%를 차지했다. 보통 대형 뮤지컬에서 VIP석이 14만원, R석이 12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보통 공연장 좌석의 40~60%에 해당하는 R석과 VIP석을 채워주는 알짜 고객들이다.

반면 연극의 경우 3만원 미만 티켓을 구입한 관객이 전체의 82.6%에 달했고 이들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4.1%로 압도적으로 컸다. 이는 국악·복합 장르에서도 마찬가지. 전체 관객의 85.6%가 이 기간 매출의 52.7%를 담당했다.


이는 각 장르별 평균 티켓 가격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뮤지컬 평균 티켓 가격은 4만3,035원으로 연극(1만8,983원)과 국악·복합(1만5,850원) 대비 3배 가까이 비쌌다. 또 클래식·오페라(2만6,453원), 무용·발레(2만4,917원)에 비해서도 60~7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구매력이 큰 5060세대가 뮤지컬 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는 점 역시 고가 좌석 판매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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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연 시장 전체로 보면 높은 단가는 신규 관객의 유입을 막는 진입 장벽이 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예술관객 확대를 위한 비관객 세분화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일생 동안 공연을 1~3회 관람한 성인(비관객) 1,0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4.8%가 공연을 보지 않는 이유로 ‘티켓 가격이 비쌀 것 같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이 시장 밖의 잠재 고객을 공연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타깃 고객층에 맞는 할인 전략을 세워야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의 경우 원작 책이나 DVD, 영화관람 티켓을 소지한 관객에게 20% 할인 혜택을 제공, 책이나 영화로 작품을 이미 접한 이들을 잠재고객으로 타깃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또 뮤지컬 ‘배쓰맨’은 남성 관객을 동반할 경우 정가 5만원의 티켓을 3만원으로 대폭 할인해 뮤지컬 시장 유입이 저조한 남성 관객을 유인하고 있다.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무분별한 할인 혜택은 기성 관객들의 가격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공연 시장 밖의 타깃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전략적인 할인 정책은 관객층을 확대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공연의 장르나 콘셉트에 맞는 잠재 고객층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통계는 소비자의 실결제금액(세후·각종 할인 적용)을 기준으로 집계됐으며 KOPIS 집계에 동의하지 않은 일부 공연은 포함되지 않았다. 집계된 장르는 연극, 뮤지컬, 클래식·오페라, 무용·발레, 국악·복합장르며 대중가요 콘서트 등은 집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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