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WP "트럼프, 깡패두목으로 기억" 마두로 "국제정치 새로운 히틀러"

■ 트럼프 '北 완전 파괴' 발언 거센 후폭풍

총회장 한순간에 '전쟁터' 전락

"트럼프, 국내 정치 의식한 연설

전쟁 위험 커진 건 아냐" 분석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유엔 연설이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외교무대인 유엔총회에서 북한·이란·베네수엘라를 ‘불량국가(rogue nation)’로 지목하고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는 등 유례 없이 호전적인 발언들을 쏟아낸 데 대해 미국 안팎에서 “도를 넘었다”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특정 국가들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 발언을 두고 ‘깡패 두목’이나 히틀러를 연상시킨다는 비난마저 제기됐다.

이날 40분 동안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유엔 연설에 대해 외신들은 “전례 없는 갈등의 메시지”라며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베네수엘라를 맹비난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재천명했지만 미 언론들이 단연 주목한 것은 그의 대북 메시지였다. 북한에 대한 “완전한 파괴” 위협과 함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자살행위”로 비유한 과격한 연설 내용에 관해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대통령의 말이 ‘깡패 두목’처럼 들린 연설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WP는 특히 “지난달 ‘화염과 분노’ 발언이 김정은 등 북한 정권을 향한 것이었다면 ‘완전 파괴’는 “북한의 2,500만 주민 등 북 전체를 핵무기든 재래식이든 모든 수단을 이용해 쓸어버리겠다는 전례 없는 위협”이라며 백악관에 해명을 촉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유엔은 지금까지 트럼프의 데뷔 연설과 같은 것을 들어본 일이 없다”며 “역사상 어떤 미국 대통령도 이처럼 갈등을 일으키는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총회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와 외교관들도 당혹스럽게 했다. 총회의 주최국 격인 미국의 최고 권력자가 대화와 타협의 무대를 전쟁터로 바꿔놓자 총회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북한과 함께 이날 ‘불량국가’로 지목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국제 정치의 새로운 히틀러”라고 직격탄을 날렸으며 이란 역시 모하마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나서 “트럼프의 무지한 증오 연설은 중세에나 어울리는 것으로 답할 가치도 없다”고 즉각 반발했다.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이날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지도를 보라. 군사옵션이 있다면 수많은 희생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라면서 북핵 문제가 악화한 것을 교훈 삼아 “미국이 이란 핵합의를 철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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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발언이 아니라 미리 준비한 연설이었다는 점에서 미국 정치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도를 넘는 표현들로 가득 찬 연설 내용에 대해 “위험하고 무책임한 협박”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전략적 외교를 강조할 기회를 허비했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 연설은 다분히 국내 정치를 의식해 나왔다는 분석이 많아 대북 무력옵션 가능성을 새삼 고조시킨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북한을 파괴하겠다는 위협은 단지 수십년 된 미국의 선언적 정책을 직설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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