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이현령비현령’ OECD 통계

임석훈 논설위원

법인세 인상·공공일자리 확충 등

文정부 입맛대로 국제통계 인용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양산 우려

미래세대에 큰 짐 지워선 안 돼





#. 일주일 전인 지난 12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사 정원 확대가 포함된 ‘교원 수급정책 개선방향’을 발표했다. 교원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라는 통계 자료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16.8명, 중학교 15.7명, 고등학교 14.1명이다. OECD 평균보다 1~2명 더 적다.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 23.4명, 중등 30명으로 OECD 평균에 비해 최대 7명 가까이 많다.


교육부는 이를 근거로 “OECD 수준에 맞추려면 교사 정원을 현재보다 1만5,000~2만명은 늘려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바로 다음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내년도 공립초등학교 교사 선발 예정인원을 공개했다. 사전 예고한 105명에서 280명 증원한 385명을 뽑는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전날 교육부가 낸 OECD 자료를 언급하면서 증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두 기관 다 중요한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오는 2025년께는 교사 정원 확충 없이도 교사 1인당 학생 수 등이 OECD 평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년이 보장되는 교사의 특성상 정년까지 30년 이상 고용을 보장하려면 수십조 원의 재정이 필요하다는 언급도 물론 없었다.


#. 지난달 초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3억·5억 넘는 소득세 구간 세율을 2%포인트 높이고 과세표준 2,000억원이 넘는 대기업 129곳에 법인세율을 25%로 올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 위해 OECD 통계 수치를 거론했다. OECD 국가 중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2,000만명 이상(20-20클럽)인 11개국의 법인세 평균은 24.6%, OECD 국가에서 주요20개국(G20) 중 11개국의 법인세 평균은 24.7%라는 것이다. G20의 평균 최고세율이 25.7%라는 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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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OECD 35개 회원국 전체 평균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수준인 22%라는 설명은 없었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법인세 인상 불가의 논거로 제시한 숫자다. 정권이 바뀌자 법인세율 인상의 명분을 만들려고 입맛에 맞는 나라만 골라내 25%에 근접한 숫자를 만들어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 6월13일 통계청이 사상 처음으로 공공 부문의 일자리 통계를 공개했다. 2015년 기준 국내 일자리에서 공공 부문의 비율이 8.9%(233만6,000개)에 불과하다는 자료다. 중앙·지방정부 일자리는 199만개, 공기업은 34만6,000개다. 이는 OECD 평균인 21.3%의 절반도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이를 바탕으로 “공공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통계청은 사립학교 교직원 수를 공공일자리에 넣지 않았다. 인건비가 100% 예산으로 지원되지만 학교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영국·프랑스 등 대다수의 OECD 회원국은 정부에서 인건비를 지급하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 사립학교 교원, 비영리 공공단체 직원도 공공일자리에 포함한다. 통계청 수치를 두고 이곳저곳에서 “공공일자리 통계 기준이 나라별로 심각한 편차를 보이는데 이를 무시하고 단순히 비교한다는 것은 난센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책 근거를 대려고 공공일자리 수를 의도적으로 줄인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새 정부 들어 부처마다 OECD 통계를 인용하는 경우가 잦다. 정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신뢰도 높은 국제 통계를 활용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유리한 부분만 뽑아 정부 입맛대로 쓴다는 점이다. 이렇게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한 일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왜곡된 정책이 양산되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미래세대에 큰 짐을 지우면서 말이다. /shim@sedaily.com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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